갑상선암이 여성암? “남성 6대 암”

환자 급증…혹이 암될 확률 여성의 2배

50대의 이석중(가명) 씨는 어느 날 목 주변을 만져보다가 목젖 아래쪽에 혹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도 이 혹이 없어지지

않았다. 뉴스에서 ‘갑상선암’과 관련된 소식을 들은 적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근처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그 병원에는 ‘유방갑상선암 센터’가 개설돼

있었다. 여성 환자 대기자들 사이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면서 이 씨는 낯선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200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많은 암이 갑상선암이다.

여성들에게 경계심을 일깨우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여성전문병원과 대학병원은 여성

환자를 겨냥한 갑상선 클리닉, 유방갑상선 클리닉 등을 만들었다. 이런 곳에 남자

환자의 발걸음을 막는 그 무엇도 없지만 남성 환자들은 발걸음이 더뎌지는 것이 사실.

그러나 갑상선암은  여성만 걸리는 암이 아니다. 다시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1999~2007년

동안 우리나라 남성은 5대암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전립선암에 이어 갑상선암이

6위였다. 더구나 매년 24.5%씩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 교수는 “갑상선에 혹이 생기면 암 검사를

통해 암여부를 살피는데 남성에게 혹이 생기는 경우는 여성의 10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면서도

“그러나 똑같이 혹이 생겼다면 남성이 악성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여성보다 2배고

예후도 더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최근 갑상선암 수술 후 방사성동위원소 옥소 치료를

받은 남녀 환자 1002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수술환자 남성

세 명 중 한명이 고난도의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고용량의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유영훈 교수는 “얼마나 악질적인 암이 생기느냐는

측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불리하기 때문에 남성들의 갑상선암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갑상선암은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매우 높은 암이다. 다른 암은 5년 단위로

생존율을 관찰하지만 갑상선암은 진행속도도 느리고 초기에 발견 치료하면 생존율이

95%를 웃돈다. 생존율을 따질 때 10년, 20년 단위로 관찰한다.

김재현 교수는 “목에 혹이 만져지지 않아도 초음파 검사를 하면 갑상선에서 혹이

발견되기도 하며 양성인지 악성인지 조기 진단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갑상선암은

좀 늦게 알게 됐다해도 조기발견과 생존률이 극적으로 차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박정수 교수도 “갑상선에 혹이 만져지면 환자나 의사

모두 ‘혹시 암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지만 갑상선에 생기는 혹은 대부분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라며 “단지 5% 안팎만이 암으로 판명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혹이 만져진다 해서 미리 암에 대한 공포심을 키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흔히 목젖이라고 부르는 갑상선 연골 아랫부분이 딱딱하거나 양쪽이 대칭적이지

않으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최근 알게 된 혹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거나, 음식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이 있거나, 숨이 차거나, 또는 목소리가 변하든지

하면 더더욱 검진을 해야한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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