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약보다는 주사가 더 효과적

징벌적 단죄보다 치료에 무게 둬야

“제 속에는 욕망의 괴물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지난 15일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철(45)이 현장검증에서

했다는 말이다.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났다. 지난 번 조두순 사건의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 범인은 대낮 학교에 들어가 어린이를 납치해 일을 벌였다.

이번에도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가 논쟁 대상이 됐다. 찬성 반대가

 의견이 엇갈리지만 현재의 형벌 제도로는 반복되는 성폭행 사건을 차단할 수

없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한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17일 대정부 질문에서 화학적

거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과연 화학적 거세로 성범죄자들 안에 있는 욕망의 괴물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화학적 거세란 호르몬 치료의 한 방법으로 성충동의 근원인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을 줄이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고환 등을 거쳐

분비되는데 시상하부부터 고환에 이르는 테스토스테론의 길 중 한 부분을 약으로

막는 것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시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약으로 호르몬을 억제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우선 호르몬 변화로

나타날 수 있는 질환들이 있다. 정상적으로 분비돼야 할 남성호르몬이 갑작스레 줄어들면

고혈압 심장병 등 심혈관계 이상이 생기고, 근육의 감소로 인한 복부비만 골밀도감소

안면홍조 등 여성갱년기 증상이 남성에게 나타난다.  

과거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주입해서 거세하는 화학적 거세를 시도한 외국에서

이런 부작용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방법은 성범죄자가 매일 약제를

먹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24시간 내내 그들이 제대로 약을 복용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확실한 방법으로 대두한 것이 ‘주사요법’이다.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백성현 교수는 “주사는 3~6개월에 한 번 맞으면 성욕을 억제시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GnRH)을 주사하는 방법이 있는데 GnRH를 투여하면

남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나중엔 고환이 지치게 돼 성욕이 아주 감퇴된다는

설명. GnRH는 원래 전립선암 초기 남성에게 적용하는 치료법이다. 방사선 항암치료보다

부작용도 적기 때문에 자주 사용된다.

반면 주사요법도 완벽하지 못하고 결함이 있다. 약은 일시적으로 호르몬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약을 중단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앞서 말한 주사를 장기간

맞게 되면 고환이 조금씩 수축되어 성기능 장애를 부르게 되고 결국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말 그대로 ‘화학적 거세’가 완성돼 버리는 것이다.

백 교수는 “대신 주사요법도 여성 갱년기 증상인 홍조, 발한의 증상은 있을 수

있지만 생명을 위협할 만한 심혈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약물투여든 주사요법이든 성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대처는 단지 육체 징벌의 관점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많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화학적 거세라는 표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며 “범죄자 응징 차원보다는 치료 시스템 구축을 통한 예방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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