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젤라, 소음성 난청 부르는 응원도구

“현지 응원 땐 꼭 귀마개 해야”

12일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을 TV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대한민국 응원단이 한동안

적극적으로 응원하지 않는 모습에 의아해 했다. 그러나 현지의 응원단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현지 나팔인 부부젤라(Vuvuzela)의 굉음에 묻혀 응원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

부부젤라는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목소리보다, 관중의 응원함성보다 더 크게

울려 퍼지며 한국에 있는 시청자의 귀마저 거슬리게 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부부젤라에 오래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으로 고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영구적인 귀머거리가 될 수도 있다. 소음성 난청은 큰 소리를 듣고

나서 귀가 울리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군대에서 사격 뒤 느끼는 난청을

생각하면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청음재단(The Hear World Foundation) 등에서 부부젤라를

통한 응원 금지를 청원했지만 ‘의학적으로 무식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허락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부젤라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시키자는 사이트(www.banvuvuzela.com)에서

금지 여부에 대한 투표를 벌이고 있다. 특히 청력은 한번 상실하면 삶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다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나팔모양의 전통악기인 부부젤라는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낸다. 보통 8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오래 노출되면

청각장애가 올 수 있는데 부부젤라의 소음도는 127dB로 극히 위험한 수준이다. 승용차

시동(110), 전기톱(100), 잔디 깎는 기계(90) 소리보다도 훨씬 높다. 최근 세계적

보청기 제작회사인 포낙(Phonak)의 조사 결과 부부젤라의 소음은 영국의 축구팬들이

주로 사용하는 에어혼이나 드럼, 심판의 휘슬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교의 디 웨트 스와니포엘 교수가 현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부젤라의 소음은 남아공의 공장 소음 허용치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3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서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부부젤라가 심각한

난청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와니포엘 교수는 “한 두 차례 노출됐다고 영구적 난청이 올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으로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참고로 요즘 국내 작업장에서 1일 8시간 근무자의 소음허용한계는 90dB로 제한하고

있으며 5dB 증가하면 근무시간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 또 115dB 이상의 소음에는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노출돼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보면 월드컵 승리를 마냥 자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친척이나 친구가 월드컵 현지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있다면, 꼭 귀마개를 끼고 응원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좋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귀전문클리닉의

김희남 박사(전 연세대 안이비인후병원장)는 “사람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모자, 자전거를 타며 헬멧을 쓰는 등 노력을 기울이지만

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소음 환경에서는 귀마개를

통해 귀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min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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