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잘 걸리는 폐암, 치료길 열렸다

환자 64% 암 줄고 부작용 거의 없어

주로 비흡연자에게서 발병하는 폐암을 놀랍게 다스리는 신약이 선보였다.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말기 폐암 환자 76명이 이 약을 복용했더니 64%에게서

암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90%에게서 암세포가 억제됐다.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이 뜻 깊은 약의 임상시험은 국내 항암 치료의 최고 대가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56, 사진)가 주관하고 있다. 방교수는 이 약 임상시험결과를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회에서 발표해 ‘최우수

논문상’을 받는 등 세계 의학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등 세계 유수 언론들도 방 교수의 인터뷰와 함께 신약에 대한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화제의 약은 화이자사의 크리조티닙(Crizotinib). ALK, EML4라는 두 유전자가

고장 나서 생기는 폐암을 타깃으로 한다. 두 유전자가 변이된 폐암은 전체 폐암의

3~5%에 해당한다. 이 유전자의 변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의 75%가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비흡연자였다.

방 교수는 2008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 등에서 모집한 말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는 모두 말기폐암 환자로

7가지 치료를 받았으며 3~4개월 생존이 기대됐다. 초기에 몇 명에게 조심스럽게 약을

투여했는데 효과가 극적이어서 환자 수를 급히 늘렸다. 아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중장기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도 의학계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기존 항암제는 이들 환자의 10%에게서만 미약하나마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 약은 암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스마트 항암제’다. 따라서 온몸을 ‘융단폭격’하는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혈액검사 결과 간 손상이 의심돼

약 투여를 중단한 환자 1명 이외에 심각한 부작용 환자는 없었다.

‘스마트 항암제’의 원조 격인,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개발한

브라이언 드러커 박사는 “우리는 임상의 혁명을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약들이

많이 개발될수록 ‘맞춤 항암치료’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에

소개된 환자의 사례는 드라마틱하다. 미국 워싱턴 주에 사는 앤디 힐(47)은 2009년

3월 의사로부터 말기폐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평생 담배를 입에

물지도 않았지만 몇 달 밖에 살 수 없다는 말에 절망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았지만 구역질 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체중은 11㎏ 빠졌다. 머리카락은

남지 않았고 눈은 휑했다. 정상적으로 숨을 쉬며 계단을 오를 수가 없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힐은 지난 해 9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크리조티닙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기적을 보게 됐다. 1주 만에 증세가 사라졌고 2주째 목소리가 정상으로

되돌아온 것. 3주째에는 조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은 두 딸이 속한 팀에서

축구 감독을 하고 있다(사진 참조).

크리조티닙이 2001년의 글리벡처럼 조기허가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아직은

일반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을 수 없으며 오로지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방영주 교수가 속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의 외래 전화번호는 02-2072-2073.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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