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리베이트, 이제 없어지나

복지부, 국내 제약사 위축 막을 해결책 있어야

의사나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는 물론 리베이트를 받는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이른 바 ‘리베이트 쌍벌죄’ 개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하게 밀어붙인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환영 분위기가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압력단체인 의사들의 반발을 억누르고 법 개정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리베이트를 준 쪽에만 잘못을 묻는 것은 분명 상식에 어긋난다. 뇌물성격의 금품인

리베이트를 준 쪽이나 받은 쪽이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며 소비자들도 이제 약값

거품이 좀 꺼지려나 하는 기대감도 가질 만하다.

이른 바 ‘백마진’이라고 하는 대금 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은

처벌 대상 리베이트에서 뺐다. 이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의약계에서 관행으로 수십년 간 지속된 리베이트의 영역을 법 테두리

안에 묶어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분수령으로 불릴 것으로 본다.

법률이 개정되고 11월부터 시행된다 해서 리베이트가 말끔하게 자취를 감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의료계 각 당사자 그룹도 그렇게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우리 사회가 이 정도 합의나마 이뤄냈고 이제 리베이트를 쫓아내는 대열에

함께 섰기 때문에 이번 법개정은 의미가 깊다.

예컨대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자 관행을 중시(?)하는 여론은 얼마나 들끓었는가.

우리 사회 곳곳에는 성매매가 분명히 살아 있다. 그러나 성구매자도 여성의 성 상품화와

착취구조의 한 당사자로 법률에 명문화한 것과 안한 것은 자로 재기 힘든 차이가

있다. 우리 사회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특별법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듯이 이번

리베이트에 대한 법률적 합의는 그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본다.

약업계의 현안을 자주 들어온 기자로서는 그들의 속사정이 딱하기도 하다. 의료계,

즉 의사사회에서는 “리베이트 법안이 통과됐으니 국내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병원

출입을 못하게 하자”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약만 처방하자”는

등 완강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한다.

정부가 시장형 실거래가제(저가구매인센티브)를 시행하려면 리베이트 쌍벌죄와

함께 가야한다고 하던 국내 제약사들도 정작 쌍벌죄가 국회를 통과하자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신약 오리지널의약품이라고는 16개밖에 없고 외국 제약사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파는 약을 제외하면 국내 제약사는 전부 복제약을 팔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만

이번 개정안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 등장했다. 딱하기 그지없다.

지난 2월 위장관운동개선제 가나톤의 특허 만료 이후 이 약의 복제약을 시장에

내놓으려던 국내 제약사의 반 이상이 복지부로부터 ‘리베이트 금지 서약서를

내라”는 종용을 받자 출시를 꺼렸던 일도 있다. 사실상 효능이 비슷비슷한 복제약의

판로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온 국내제약사로서는 고민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는 셈.

쌍벌죄가 도입되더라도 ‘의사의 간택’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당사자 을’의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이번 개정과 함께 많은 의사들이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기대하지도

않고 소신에 따라 약을 선택 처방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상당 기간 진통은 계속될

것이다.

제약사들은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의약품 홍보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전문약 대중광고의 허용 등 정부의 실질적인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도 함께 처벌하는 이번 개혁법안은 행정부의 관점에서는

분명 진일보한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제약사의 영업 위축 등 부작용을

어떻게  완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복지부는 목민관의 심정으로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개입해야 한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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