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상상친구’ 병이 아니랍니다

당연한 성장과정…도덕심 형성되면 없어져

다섯살 된 영훈(가명)이는 최근 품에 무언가를 소중하게 안고 다니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영훈아, 왜 그래?” 엄마가 물었다.

“내 친구 고양이야. 귀엽지?” 영훈이는 상상속의 고양이 친구를 안고 다니는

제스처를 하며 엄마에게 소개까지 했다.

어느 날 택시를 타게 된 영훈이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엄마는 왜 우는지 물었다. “고양이가 아직 안탔단 말이야~” 울음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아이는 혼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늘 얘기를 나눠요”

육아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면 엄마들의 육아고민 가운데 이런 게 심심찮게 올라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나 동물과 대화까지 나누는 우리아이. 그냥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전문가들은 이를 ‘상상친구(imaginary friend)’라고 부른다. 현실과 상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부모가 심하게 당황해 한다든지 아이를 혼내키는 식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아이가 혼동 속에 빠질 수 있다. 아이 성장 중에 당연하게 있을 수 있는 현상으로

받아넘기고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경희대병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눈을 감으면 세상이 없어지고 뜨면 다시 세상이

나타나는 것이 갓난아기에게는 진짜 없어졌다가 나타나는 것이어서 내가 세상을 없앴다가

만든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 5세 이전의 어린이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상 친구와의 공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친구와 대화하면서 아이는 언어발달에 도움

상상친구는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어떤 존재가 항상 존재한다고 여기는 대상

항상성을 발달시켜주고 △상상친구와의 대화과정 속에서 언어발달에 도움을 주며

△도덕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갓난아기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고 엄마 품에서 떨어지면 불안해하며 우는 이유가

머릿속에 ‘엄마’라는 이미지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는 만2세

정도 되면 어떤 사물이 머릿속에 박히고 그 사물이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대상항상성’이

형성된다고 한다. 엄마나 친구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만들어 상상엄마와 상상 친구를

만들어 대화함으로써 대상항상성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상상친구에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칭찬 걱정 두려움 등을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린이의 언어능력은 발달할 수 있다. 호주 라트로브대 에반

키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상상 속의 친구를 둔 어린이는 의사소통 능력이나 사회성

창의성이 더 뛰어났다. 연구진은 “의사소통을 하려면 상대방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가상 친구를 둔 아이들은 이런 능력을 평소에 발달시켜 실제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이런 능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상상친구는 도덕성 향상에 도움

어린이의 성장과정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

기준을 잡아주는 존재가 엄마다. 엄마의 이미지가 아이의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섰을

때 도덕성이 형성된다. 엄마가 싫어하는 행동은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 자체가 도덕심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양심발달 과정에서 상상친구의 역할은 중요하다. 반건호 교수는 “소매치기가

경찰이 쫓아오면 도망치는 이유가 자신이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이는 장난을 치거나 나쁜 일을 했을 때 엄마가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스스로 통제할 힘이 없기 때문에 상상친구에게 그 탓을 돌리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있지도 않은 것을 거짓으로 꾸며낸다며 아이에게 무턱대고 화를 내서는

안된다. 스스로 통제가능한 도덕성은 인지발달이 일어나야 발휘 될 수 있다. 나쁜

짓을 하고 싶더라도  스스로 통제가 가능해지면 상상친구는 아이 곁을 떠난다.

제대로 된 도덕심은 보통 9세에 이르러야 생겨난다고 한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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