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회사 영업팀에 근무하는 김동훈(가명, 33)씨는 일주일에 2~3번 사우나를 찾는다.
직업상 술 마시는 횟수가 잦은 김씨는 전날 술을 마신 날이면 회사에 출근해 간단한
업무보고 후 사우나로 간다. 김씨는 “숙취 해소에는 사우나가 제격”이라며 “뜨거운
증기로 땀을 빼야 몸이 개운해진다”고 한다.
사우나는 한국 성인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대중목욕탕이 곳곳에 있기도
하지만 땀을 빼면 전날의 숙취가 해소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잦은 사우나는
몸의 온도 특히 음낭의 온도를 높여 생식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3월 이탈리아 파노바대학 연구진은 젊은 남성 10명에게 3개월에 걸쳐 일주일에
2번씩 15분 동안 사우나를 하도록 하고 정자 수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들의
정자 수는 실험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의 정자 수가 감소한 것은 사우나로 인해 고환의 온도가 2도 가량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블루비뇨기과 강남점 김욱현 원장은 “음낭은 다른
신체 부위보다 보통 1~2도 낮은 것이 정상”이라며 “생식 능력을 위해서는 음낭을
차갑게 유지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음낭은 다른 신체 부위보다 차야 할까. 경희대 한방병원 내과 이병철
교수는 “태아때 고환은 원래 몸 안 복강 내에 있다가 출생하면서 탈장처럼 몸 밖으로
나오게 된다”며 “이 온도차가 정상적인 고환 발달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방 일부에서는 오히려 냉온 교차욕이 성기능 강화에 좋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한방 전문의들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을
번갈아 가는 것은 혈관을 팽창시켰다가 수축시켜 부담을 준다”며 “오히려 심장혈관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남성은 피해야 할 방법”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생식능력을 위해서는 음낭 주위에 통풍이 잘 되게 하면서 몸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음낭을 압박할 수 있는 꽉 끼는 옷을 입지 말라”고
당부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우나로 인한 위험이 적지만 지나친 사우나는 조심해야
한다. 이 교수는 “월경 으로 피가 빠져 나간 후 사우나에서 땀까지 빼면 기운이
빠지면서 어지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비뇨기과 교수들은 “사우나와 남성 생식능력에 대한 신뢰할만한
연구 결과는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일부 연구로 보편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