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잠부족 공화국’ 되려나?

대중교통은 ‘이동 수면실’-불면증 환자 늘어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종종 이렇게 묻곤 한다. “한국의 지하철과 버스는 이동

수면실인가요?”

출근과 등교 시간, 지하철과 버스에 탄 사람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다. 하루를

준비하는 명상이라기보다 졸거나 자는 사람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평균 2,316시간으로

일본(1,772시간)보다 500시간, 네덜란드(1,389시간)보다 1,000시간가량 더 일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의

경우 보통 아침 8시에 등교해 보충수업을 포함하면 밤 10시에 집에 돌아간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대한민국은 잠이 부족하다.

잠을 충분히 못자면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짜증이 나고 불안하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졸음운전 사고가 과속 사고보다

많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32%가 졸음운전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는 잠이 부족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어 성장이 더뎌진다. 심하면

행동장애로 이어진다.

기나긴 근로시간과 학교에 붙어 있는 시간 때문에 잠 부족이 일반화된 가운데

또 하나의 문제가 커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제 때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불면증이라면 밤에 쉽게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는 것을 떠올리지만 여러

형태가 있다. 자다가 중간에 깨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수면유지장애), 아침에

너무 일찍 깨는 것, 자고 일어나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 것(비회복수면) 모두 불면증에

포함된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 병원 수면역학센터장 홍승철 교수는 2일 ‘아시아 수면역학센터

심포지엄’에서 한국인의 불면증에 대해 발표했다. 홍교수는 우리나라 인구의 12%(350만

명 정도)가 주 3회 이상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는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젊은층에서 불면증이 심해졌다. 홍 교수는 “비만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증

등이 불면증을 부르는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1년에 비해 2008년 비만인구가

1%포인트 증가했는데 35만 명이 늘었다는 것이다.

또 반복적인 코골이를 하는 경우 무호흡 때문에 깊은 잠을 자기 힘든데 주로 40~50대에게

많이 나타난다. 여성은 40대 이후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이 줄어 우울증을 겪을

수 있는데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잠을 잘 자려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야외활동을 늘려야 한다. 홍 교수는 “자기

전에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낮잠은

30분 이내로 줄이고 햇빛이 좋은 오전 중에 1시간 정도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밤에

잘 잘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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