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늘 가학적인 유머를 즐기는 이유

‘남 깎아내리기’는 인간의 생존본능인가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주부 김모(50)씨는 얼마 전 뜻하지 않은 낭패를 봤다. 장거리

운전을  가는 데 주유소에 미리 들르지 않아 고속도로 중간에 가솔린이 떨어져

차가 멈춰 버린 것. 그런데 이 절박한 상황에서 김씨의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이유는? 늘 깔끔하고 잔소리만 해대던 엄마가 어찌 변명해볼 수 없는 실수를 한 게

통쾌해서였다고.

올해 만우절에도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선생님을 어떻게 놀려먹을까, 친구를 어떤

거짓말로 속여볼까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국적불명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만우절이

청소년들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데에는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뒤집는 즐거움이

한몫 했을 것이다. 특히 엄격하고 완벽주의자인 선생님일수록 장난에 속아 바보가

되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만우절 유머의 핵심은 따지고 보면 ‘남 놀려먹기’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남 놀려먹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를 일종의 방어기제로 해석한다. 즉 남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은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는 식이다.

가령 학교에서 친구에게 내일부터 아침 9시까지 등교하면 된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하자. 친구는 다음날 혼자 9시에 등교할 것이고 선도부에 불려가 혼나거나 아니면

반에서 놀림감이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제 시간에 등교한 자신은 친구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한다. 이런 예는 남을 깎아내리기 위해 짓궂은 농담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두 사람만을 놀려먹는 장난은 정도만 심하지 않으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주체가 대중매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개그프로에서 외모비하 등 특정 집단을 깎아내리는 식의 유머를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일부 사람들이 받는 불편함에도 소수자를 비하하는

유머는 지속적으로 인기 소재가 된다.

즉, 개그콘서트의 오나미는 남자와 결코 말을 섞은 적이 없는, 엄마 뱃속부터

솔로, 즉 ‘모태솔로’를 자처한다. 사실은 오나미의 여성으로서의 외모가 남성들로

하여금 말 걸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못났다는 것이 설정이다. 이렇게 특정 소수자를

비하하는 유머가 계속 먹히는  이유가 뭘까.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정신과 한덕현 교수는 비하 유머를 즐기는 이유를 “인간의

야만적인 본성”으로 해석했다. 즉 강자가 약자를 놀리고 비하하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있는 현상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를 표면적으로 금기시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평소에 드러내지 못한, 뚱뚱하거나 못생기거나 빙충맞은 사람에

대한 이유없는 적개심을 개그맨들이 대신 해소하고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의견이다.

또 약자는 도태시키는 인간의 동물적 생존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유머와 폭력은 같다. 구타를 당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폭력이지만 구타를 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유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만 그 웃음이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때는 희비극(喜悲劇)이 되고 만다.

 

정세진 기자 sumir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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