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의 진정한 ‘권위’

대한심장학회가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CARVAR 수술 부작용 사례를

다룬 논문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기로 했다가 행사당일 취소했다.

이번 취소사태의 배경에는 심장학회의 아마추어적인 언론관계와 과학기자들의

이해하기 힘든 ‘권위’가 맞물려 있는 듯하다. 학회 이사들이 두 차례나 “언론구조를

잘 몰라서 실수했다”고 사과했지만 기자단은 ‘노기(怒氣)’를 거두지 않았다.

송교수의 수술법은 동료학자들의 치열한 리뷰 과정이 생략된 채 시술되고 있어

안전성과 부작용이 논란이었다. 건국대의 심장내과 동료교수 2명은 부작용 사례를

중심으로 유럽흉부학회지에 논문으로 발표하고 식약청에 곧이곧대로 보고했다가 급기야

올 1월 병원에서 쫓겨났다. 복지부는 송교수 수술법에 대해 조건부로 건강보험대상에서

제외했고 별도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심장학회의 송교수 수술관련 논문검증은 건국대

교수 2명이 해임되면서 촉발됐다.

이번에 예정되었던 조사결과 발표회는 원래 심장학회 주관 하에 송교수와 해임된

건국대 교수 2명을 모두 불러 토론을 통한 검증의 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송교수가

이미 불참을 선언하고 나서자 학회는 송 교수와 해임 교수들 없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심장학회는 무디고 엉성한 대 언론관계 능력을 노출했다. 송교수의

지지자(?)들이 몰려와 실력행사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언론사 당 취재인원을

제한하고 신분확인을 하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했다. 더구나 어떤 언론사에는 발표회

초청장을 보내고 어떤 언론사에는 보내지 않았다.

특히 주요 일간지 과학의학 담당기자들에게 초청장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학회는 초청장을 다시 보내느라 부산을 떤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일간지의 담당기자 모임인 한국과학기자협회(과기협)는 학회의 발표회 준비과정이

언론통제의 모습을 보인다며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이번 발표회 취재를 보이콧하고

만약 회원기자가 참석하면 징계하겠다고 하기까지 했다.

심장학회는 홍보이사 총무이사 명의의 보도자료를 잇따라 내고 “언론취재 구조를

잘 몰라서 그랬을 뿐 통제라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기자들은

마음을 풀지 않았다.

과기협은 29일 학회에 예정된 발표회는 취소하고 취재가 보장된 기자회견을 다시

개최할 것, 학회 측의 공식 사과, 책임자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조치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두 달여의 검증 작업을 거쳐 송 교수 논문에 대한 학회의 검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예상 외의 문제로 발표회가 일단 불발되고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점을 학회도 인정해야 한다.  이사 2명이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 표명을 했으나

기자들이 가장 민감해 한 “취재인원 제한을 없앤다”는 명시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심장학회는 결국 30일 발표회 일정은 취소하고 어떤 방식으로 조사결과를 언론에

배포할 것인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과기협의 요구대로 예정된 발표회는

일단 취소하고 다음 일은 고민해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기협의 대응도 아쉬운 대목이 많다. 심장학회가 만약 언론을 통제하려고

생각했고 실제로 시도했다면 큰 문제일 것이다. 이런 일이라면 공문 이전에 학회

운영진과 과기협 대표 사이에 서로 진의를 확인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야

할 텐데 그런 작업이 전혀 없었다.

또 그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면 협회 소속 기자들의 중지를 모아 대응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협회 소속 언론사 기자 가운데 과기협이 심장학회의 발표회를 보이콧하겠다고

경고한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과기협 홈페이지에도 이와 관련된

안내문은 단 한 줄도 나와 있지 않다.

더구나 과학기자 상당수가 송명근 교수를 영웅화한 장본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일부 신문은 논란이 한창일 때 송 교수를 미화하는 시리즈를

연재했다. 최근에도 한 신문에서 ‘노벨의학상 수상 예정자 송명근’이라는 제목으로

복지부는 송 교수의 수술법을 중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당연히 의료계에서

배경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과기협 관계자는 “일부 의학담당 회원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회원들끼리 공식 회의가 이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전문가다. 기자들이 제대로 된 취재를 위해 학회의 미숙함을

지적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다. 그러나, 취재 기회를 스스로 팽개치고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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