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 연구의 동력, 끈기와 성실”

신희종 삼진제약 중앙연구소장-우종수 한미약품 제제연구소장 연쇄 인터뷰

2월 25일 한국 신약개발상 시상식에서 우수연구자로 선정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은 신희종 삼진제약 중앙연구소장(전무), 우종수 한미약품 제제연구소장(전무)은

서로 많이 닮았다.

약대 출신에, 각자의 연구소에서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A제제와 소화성궤양용제

오메프라졸의 제네릭을 동시에 개발하는 등 선의의 경쟁을 해왔다. 각각 혁신적인

기술로 자기 회사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이다.

긴 시간 연구원의 불을 밝히며 한국 제약산업 발전에 이바지 해 온 삼진제약 신희종

박사, 한미약품 우종수 박사를 연쇄적으로 만나 국내 제약 연구개발 주역의 삶, 애환과

보람을 가까이서 들어봤다.

한미약품 우종수 박사의 인터뷰에 이어 삼진제약 신희종 박사의 인터뷰를 싣는다.

인터뷰2: 삼진제약 신희종 박사

“시간이 허락하면 세계적인 개량신약을 하나 만들고 일선을 떠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신희종 삼진제약 중앙연구소장(58)은 오늘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향남제약공단으로

출근한다. 이 곳에 삼진제약을 비롯해 47개 제약사의 공장이 있다. 대학 졸업 후

종근당에만 30년 가까이 몸담았었다.

2008년 삼진제약 중앙연구소장에 발탁된 그는 새 회사에 영입된지 얼마 안 돼

2009년 ‘구상입자형 황산수소클로피도그렐 합성’에 성공해 신약개발 우수연구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황산수소클로피도그렐이란 블록버스터 항혈전제인 ‘플라빅스(사노피아벤티스)’의

주성분이다. 특허는 만료돼 삼진제약 뿐 아니라 동아, 대웅 등 국내 제약사 여러

곳에서 제네릭을 출시했다. 그러나 2008년 까지만 해도 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원료 합성 자체는 성공했지만, 기술이 달려 구상입자형 황산수소클로피도그렐의

합성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제 입자가 동글동글한 모양이어야 약을 찍어낼 때

흐름이 좋고 약효도 커지는데 이렇게 약을 합성하는 데 계속 실패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리지널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에서 자체 개발한 결정형의

2형에 대해 특허를 냈다. 따라서 이 약의 제네릭을 만들려면 결정형 2형을 피해 개발한

결정형 1형의 구상입자형 황산수소피도그렐 전량을 인도 등에서 수입해야만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수입은 했지만 그 질이 오리지널에 한참 못 미쳤고 매년 1,000만

달러가 들었다.

신박사는 그래서 결심했다. 토종 제약사의 힘으로 제대로 된 구상입자형 황산수소피도그렐을

생산하자는 것. 3년 동안 연구원들과 밤낮없이 씨름했다. 동글동글하게 나오는 최적의

환경을 알아낼 수 있었고, 마침내 결정형 2형을 합성 해냈다.

외국 것보다 약효도 잘 나오고 안정성도 뛰어나며 오리지널에 쓰이는 1형에 버금간다는

평도 받는다. 국내 플라빅스 제네릭 생산 제약사들이 삼진제약의 결정형을 사다 쓰면서

삼진제약은 월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 유럽 남미 등의 제약사와 수출

상담을 진행중이다.

신박사는 “실험실에서는 되다가 시험생산 단계에서 안 돼서 다 버려야 할 때

가장 힘들었다”면서 시험생산 시도 비용이 30억원을 넘자 그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신박사는 “삼진제약 경영층에서 끝까지 밀어줬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가능했다”면서

공을 경영진에 돌리기도 했다. 삼진제약의 이성우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에 4번째

연임에 성공한 인물.   

신 박사는 제약업계 연구분야에만 30년 이상 몸담은 터주대감이다. 지금 우리나라

제약산업 수준도 그가 종근당 연구원으로 갓 입사하던 1979년과는 아주 다르다. 신박사는

“70년대 때만 해도 신약개발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선진국에 비해 이제 흉내

내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성장세는 놀랍다”고 자평했다.

종근당 시절에는 고혈압 개량신약 애니디핀(성분명 암로디핀)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싸워서 얻어낸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가장 잊지 못하는 일은 종근당 기술로

위궤양치료제  오메프라졸 제제 OMP정 완제품을 만들어냈을 때.

이 약의 제조기술을 놓고 오메프라졸 제제 오리지널을 보유한 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것. 하지만 3년이란 긴 싸움 끝에 97년 승소했다. 그

때 아스트라제네카에서 13개 국가 34개 제품에 대해 안정성 실험을 했는데 오리지널

제품을 빼놓고는 종근당 OMP정 만 안정성을 평가받았다. 신박사는 “그 쪽은 종근당을

공격하려 했던 건데 오히려 매출을 늘려줬다”며 웃었다.

긴 시간 연구만 하다보면 답답할 듯도 한데 별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화학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배운 화학식을 실제 약 개발 과정에서

쓴다는 것은 여간 재미난 일이 아니다.

다만 아직도 연구하면서 원하는 결과 없이 시간만 흐를 때의 괴로움은 면역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후배 연구원들에게 항상 외로움을 참아내고, 자기암시를

하면서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말해준다.

삼진제약이 매출액 10위권의 다른 국내제약사보다는 작은 규모라 종근당 시절보다

R&D 투자 액수는 적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삼진제약을 업계순위 상위로 올려놓고

은퇴하려 한다.

신박사가 정말 만들어보고 싶은 약은 무엇일까. 신 박사는 개량신약이 신약보다

더 매력 있다고 말한다. 개발기간이 짧고 성공가능성도 높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특히 며칠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먹으면 되는 당뇨치료제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당뇨 환자들은 혈당 조절하느라 하루 몇 번씩 주사

맞거나 약 먹는 거 굉장히 번거롭다”는 신박사. 그는 일주일에 한 번만 먹으면 되는,

당뇨병 개량신약을 만들고 싶어하는 만화속의 ‘소년 화학자’같은 면모도 보인다.

의약품을 개발하는 박사이지만 건강을 다른 사람들처럼 홍삼엑기스나 간장약 같은

건강 보조제도 즐겨먹는 편이다. 식사를 하고 나면 공단 주변을 30분 정도 돌고,

바쁜 일정에 치이지만 틈날 때마다 연구원들과 기계도 돌리고 실험도 같이 한다.

문제 해결방법을 연구하다 지친 연구원들과 술도 한 잔씩 기울이며 고민을 듣곤 한다.

연구환경과 제약 기술은 자신의 청년시절과 확실하게 다르지만 젊은 연구원의

고민은 신박사 스스로 경험했던 것과 같은 지점에 맴돌고 있을 때가 많다.

“위기에 닥쳐 고민의 시간이 길어져도 성과가 나면 다시 의욕을 되살린다”는

신희종 박사는 우리 나라 제약 연구를 이끄는 대표주자 중 한 명이다.

김혜민 기자 haemi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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