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임상허브’ 넘어 R&D 허브 될 수 있나?

다국적 공장은 세 곳 뿐… R&D 센터는 ‘중국이 대세’

해외에서 개발되는 신약에 대한 한국의 다국가 임상 실적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서울이 ‘아시아의 임상시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2009년 국내에서 진행된 다국적제약사의 임상시험은 202건. 2008년의

216건보다 조금 줄었지만 허가 받지 않은 신약에 대한 다국적 임상시험이 금지돼

전혀 없었던 2000년 이전에 비추었을 때 양적, 질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08년 홍콩대 임상시험센터가 발표한 임상시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10월~2007년

9월까지 시행된 5,167건의 다국적 제약회사 의뢰 임상시험 건수 중 서울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신약개발 초기단계인 전임상(동물실험) 및 1, 2상 임상시험 비율이 2006년 18.5%, 2007년 33.8%,

2008년 34.3%에서 2009년에는 36.1%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국내 임상시험기관의

의료인과 시설, 질적수준 등이 국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양적으로만 향상된 게 아니다.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수준 △임상을 진행할 메이저급

의료기관의 서울 집적 △환자의 성실한 임상 참여 등의 요인들이 빠르고 정확한 임상결과

도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대병원 서울에서 임상시험 허브구축?

특히 임상시험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중인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종합대형병원이 전부 서울에 집적돼 있는 점도

유리하다. 임상시험 추진시 의사 개개인의 지명도가 중요시 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권위의 의료진도 서울에 많이 포진돼 있다.

한국 얀센 관계자는 “처음에는 다른 국가보다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컸지만

최근 결과도출이 빠르면서도 양질의 시험결과가 나온다는 이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중국은 값이 싸지만 질이 좋지 않고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충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단점이 있어 한국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국내에 임상이 많아지면 여러 장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특정 신약의 다국적임상에

참여한 국가로 포함되면 해당 신약을 처방받고 싶어 하는 환자가 약을 좀 더 빨리

접할 수 있게 된다.

신약 R&D 단계는 크게 기초연구와 임상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임상강국’이란

측면은 앞으로 한국의 신약개발에도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임상시험 허브를 R&D 허브로 이을 수 있나

이러한 측면에서 다국적제약사의 한국 R&D에 대한 투자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특히 R&D센터 설립은 국내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강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기술과 R&D팀 정영숙 사무관은 “만일 국내에 다국적제약사의

R&D 센터가 설립된다면 세계의 핵심적인 제약개발 기술이 한국으로 온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초분야를 비롯해 신약개발 전 단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짐에 따라 글로벌

생산기지로의 발전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는 주장.

정 사무관은 또 “우수한 연구인력이 국내에 많이 남게된다는 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이제 공장같은 하드웨어가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며 “우리 한국지사 입장에서는 한국에 R&D센터를 유치하는 게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차갑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는 모두 42군데.

이 가운데 한국에 한국에 R&D센터를 유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공장도 세

곳이 있을 뿐이다.

다국적제약사 R&D센터는 없어…공장만 3곳 남아

2004년만해도 다국적제약사 중 15곳이 국내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부지런히 의약품을

수출했다. 생산원가 상승, 높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모두 철수하거나 가까운 중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한국얀센 바이엘쉐링 오츠카제약 등 세 곳만이 한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R&D센터는 특히 제품생산과 직통되기 때문에 다국적제약사의 생산기지가 여러

개 입지한 중국이 단연 이점을 누리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처지에서는 생산기지마저

철수한 한국에 R&D센터를 두기는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갈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은 ‘아시아의 다국적 제약-바이오 산업

R&D 허브’ 설립을 목적으로 한 첨단의료복합단지 꿈을 꾸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외국계 입주기업도 정해지지 않아 색다른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은 이미 신약개발 선진국으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와 제약산업에

관한 한 R&D 수준을 비교할 수 없다. 중국은 워낙 시장이 크고 넓어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앞다퉈 진출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시장규모 커, 싱가포르는 특별한 이점… 우리는?

다른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위치, 영어 사용, 세제지원 등 다국적제약사에

대한 특별한 이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다국적제약사 본부에서는 싱가포르를 연구소

뿐 아니라 생산본부 설치에도 적합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머크, GSK등 대규모의 다국적제약사들이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본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다국적제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국 내 제약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우리가 롤 모델로 삼을 수 없다.

때문에 R&D 허브를 표방하는 대구 신서, 충북 오송 첨복단지는 한국 제약산업의

특수성과 앞날을 따지며 신중하게 유치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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