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언니’…아저씨가 “언니” 라니

요즘

여성계 일각에서는 ‘언니주의’라는 생소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언니주의는 오빠, 누나, 형, 언니 등을 모두 ‘언니’라고 부르자는 것. 서양에서

성별로 구별하는 용어를 없앤 ‘디젠더리즘’(Degenderism)과 비슷한 취지다. 사실

우리는 일제강점기 말까지 형, 누나, 오빠 등을 모두 언니라고 불렀다.

국어사전에도 동성(同性)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말로 주로 여자 형제 사이에 많이

쓴다고 돼 있어 형을 언니로 부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제강점기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에서도 의형제끼리 서로 ‘언니’라고

호칭한다. 아기가 우는 소리만 들리면 도리깨로 주위 사람을 무자비하게 살육한 곽오주도

임꺽정을 ‘언니, 언니’ 하며 따른다. 이런 의미라면 언니의 보다 폭넓은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문제는 요즘에 언니를 형제간이 아니라 쓰지 않아야 할 때 쓰고 있다는

것.

가게나 식당에서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여종업원에게 ‘언니’라고 부르면 몰상식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손님은 자신보다 어린 여자 종업원은

‘아가씨’로 불러야 한다. 여자 손님이 종업원의 나이가 자신보다 많을 경우에 언니라고

부르는 것은 정겹게 느껴진다.

또 언니는 손위 올케에게 ‘새언니’와 함께 쓰는 호칭이다. 더러 오빠의 아내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다고 ‘언니’라는 호칭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오빠를 예우한다는

뜻이므로 손위 올케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높임말을 써야 한다.

한편 남동생의 아내는 나이가 자신보다 많아도 ‘올케’라고 부르는 것이 어법에

맞다. ‘○○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남을 부르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물론 이때에도 ‘언니’라고 불러선 안 된다.

(도움말=국립국어연구원 전수태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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