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지팡이 돼 올레길 걸었어요”

류머티즘-소아마비 부부의 사랑 여정

경북 경주에 사는 김영희(57) 씨는 7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발을 씻으며 2박3일 간 ‘작은 도전’의 성공을 자축했다. 이 자리에는 힘겨운 여정을 함께 한 동갑내기 남편 권상화씨도 동참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은 권 씨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인 김 씨는 이틀 전인 5일 제주도 올레길에서 대한류마티스학회 주최로 열린 ‘동행, 함께 걷는 희망의 길 펭귄원정대’에 참여했고 이날 서울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두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서로의 지팡이가 돼 걸었던 올레길을 함께 돌이켰다. 김 씨는 휠체어를 타고 동행한 남봉순(51)씨를 비롯한 50여 명의 환우들과 함께 유채꽃 흐드러진 해변을 걸으며 류마티스관절염의 한계를 이겨냈다. 이들에게 2.3km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비가 왔고 길은 질척질척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간에 빗방울은 가늘어졌고 일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사히 코스를 마쳤을 때 비는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 씨 부부와 환우들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2박3일간 동행한 의료진에게 포옹으로 고마움을 전한 뒤 덕수궁에서 정동극장 이화여고로 이어지는 정동길을 걸으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 여정에는 탤런트 변정수씨와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포함됐다. 엄 대장은 대한류마티스학회 회장인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덕환 교수와 주치의와 환자의 인연으로 참석했다.

김 씨는 이날 행사를 마치면서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기 시작한 1977년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회사 경리사원으로 일하던 꿈 많은 20대 처녀에게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큰 시련이었다. 김 씨와 가족들은 민간요법으로 유명하다는 곳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기도원도 전전하기도 했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8년 전 장애인 협회에서 만난 남편, 30대에 시작한 운동이 삶에 커다란 빛으로 다가왔다. 특히 뒤늦게 시작한 탁구에 재미를 붙여 장애인 체전에도 나갈 정도로 실력을 키웠다. 김 씨의 주치의인 대구 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정윤 교수는 김 씨에게 관절염 환자모임인 ‘펭귄회’를 소개해줬고 김 씨 부부로 하여금 2박3일간의 올레길 일정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이날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인 연세대학교 류마티스내과 이수곤 교수는 행사의 의미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류마티스관절염을 조기 발견해 적극 치료하자는 것을 홍보하자는 것이고 둘째, 손발에 변형이 온 환자도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행사에 ‘동행’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도 다 함께 적극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나서자는 의미”라며 “당장 걷기가 힘든 환자는 다리 펴기와 근력 강화 등으로 얼마든지 재활이 가능하며 지속적인 걷기는 심폐기능에도 좋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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