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제약전쟁에 한국 환자 불안?

당뇨치료제 아반디아 안전성 논란

영국의 다국적 제약기업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당뇨병치료제 아반디아(성분명

로시글리타존)의 안전성이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보도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련 서한 배포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라 환자들의 불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 의사들은

“왜 안전하지 않은 약을 처방했느냐”는 환자의 이의제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제약사는 왜 이 시점에 문제가 제기됐는지 모르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유럽 보건당국이 미국 비만치료제 리덕틸을 퇴출시킨

데 이어 미국 언론에서 영국 약을 문제 삼은 것을 근거로 미국과 EU의 제약전쟁에

관련성을 찾는 ‘음모설’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반디아는 2007년부터 끊임없이 심장병, 사망 및 골다공증과 같은 부작용 논란에

시달려온 약. 국내에서도 2007년 이전 약 400억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매출액이 급락했다.

최근의 논란은 아반디아 부작용과 관련된 식품의약국(FDA)의 비밀문서가 공개됐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른 것이다. 문서에는 FDA의 데이비드 그래햄 박사가 “모든

당뇨병 환자가 아반디아 대신 다케다 제약의 액토스를 처방받았다면 매달 심장마비

500건, 심부전 300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반디아는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반디아와 관계된 사망은 지난 해 3분기에만

304건이라는 보고도 들어있다.

동시에 미국 의회 차원에서도 아반디아 안전성 논란을 들고 일어섰다. 재무위원회

맥스 바우커스(Max Baucus) 위원장 등은 최근 “FDA가 1999년~2007년 아반디아 복용으로

인한 심장병 발병 건수가 8만 3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 후에도 왜 임상시험(clinical

trial)을 계속 허용했는지 설명할 것”을 FDA에 요청했다.

미 FDA는 이번 이슈에 대한 입장발표에서 지난 해 8월 제출된 ‘심혈관계 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자료’를 검토 중이며 올 7월 열릴 미 FDA 공개 자문회의를

통해 안전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 식약청도

올 7월까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아반디아 등 당뇨병 치료제를 일선에서 직접 처방하는 전문의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약간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새로운 부작용이 나온 게 아니라 이미 2007년에

마무리된 문제제기를 ‘재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내분비학회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나온 직후인 22일 FDA에 “2007년 당시 FDA에서 직접 외부전문가 단체를 주축으로

한 패널연구 등을 검토, 약의 효능과 안전성 평가를 이미 실시했다”며 “당시 약에

심장병 위험 경고문을 강화해 표기하는 것으로 논란이 종결된 바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내 의료진의 생각도 비슷하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이번

논란에는 새로 진행된 연구자료가 제시된 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주장이 되풀이된

것일 뿐”이라며 “이전에 진행된 임상연구 결과 다른 약제에 비교해 심혈관계질환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국내에서는

아반디아 안전성과 관련된 연구가 따로 없어 해외 연구결과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사실상 미국에서는 8㎎ 용량을 많이 쓰는 반면 한국에서는 4㎎ 짜리가 많이 처방되고

있어 한국인에게는 더 안전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GSK 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GSK 관계자는 “이번 미국 발 이슈는 FDA

차원에서 이미 2007년에 검토가 됐던 것이고 식약청의 안전성서한은 기존에 있는

허가사항을 준수하라는 등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라며 “뭔가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되지 않았을까싶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미국과 유럽의 제약전쟁이 이슈의 뿌리에 있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지난 1월 ‘시부트라민 심혈관계 질환 발생시험(SCOUT)’의

중간평가 결과를 근거로 미국 제약기업 애보트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의

처방을 중지했지만 FDA에서는 최종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대한비만학회 또한 “심혈관계질환자를 제외하면 2년간 장기간 사용해도 무방하며

체중감소 효과도 뚜렷하다”며 약의 안전성을 주장했으며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어차피

심혈관계질환자에게 사용하지 않는 약물인데 처방 중지까지 내리는 것은 심한 조치”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 제약기업 관계자는 “미국이 세계 의약품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요시장임에도

성장해가는 유럽시장에 반감을 가지는 등 대립구도는 이전부터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아반디아 안전성 논란도 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추측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의 의약품 안전성 논란은 이를 복용하는 환자 뿐 아니라 국내 제약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리덕틸 안전성이 불거지자 리덕틸의 제네릭 및

시부트라민 함유 제제를 판매하는 56개에 이르는 국내 제약사에서 신경을 곤두세웠었다.

아직 아반디아는 오리지널 특허가 2013년 만료될 예정이어서 국내 제네릭은 출시되지

않은 상태. 로시글리타존 성분 함유제제를 허가받은 국내 제약사로는 ‘로시타존

4㎎’을 출시할 예정인 유한양행이 있다.

한편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아반디아의 안전성이 확실하게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송미옥 회장은 “아반디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의 역사가 꽤 긴 만큼 이번 기회에 분명한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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