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병, 병든 이를 원망해선 안돼요

가족의 ‘정성’이 증상 호전시킨다

극이 종반으로 향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천만번 사랑해’는

‘치매’라는 소재를 끌어들여 극을 탄탄하게 끌어가고 있다. 며느리 대신 대리모라도

들여서 대를 잇겠다던 손향숙(이휘향)은 친아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밥을 먹었는데도

계속 밥을 달라고 하는 등 치매 증상을 보였다.

한편 이 드라마를 이은 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에서는 집안의 큰어른 강만복(최불암)이

간암 수술 직전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는데 식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 치매 증세를

보인 것으로 설정됐다.

일상생활을 잘 하던 사람이 뇌기능 장애로 지적 능력이 상실되는 치매는 고령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그 유병률도 치솟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오영희 박사팀은 10년 후인 2020년에는 노인인구 10명 가운데 한명 정도가 치매를

앓게 될 것으로 본다. 오박사 팀의 ‘노인의 치매 실태와 대책’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8.6%였으며, 앞으로 점점 더 확산될

전망.

치매의 종류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뇌혈관성 치매,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헌팅턴병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뇌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전체의 80∼90%를

차지한다.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현재 없다. 약물치료와 인지재활치료로

치매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다국적 제약사에서는

치매를 유발하는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거나 없앨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치매 완치를 위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치매는 상태가 천천히 악화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물론 돌보는 가족은

고통이 크다. 퇴행성 뇌질환이라는 말처럼 육체만 노인이고 어른이지, 뇌는 어린이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보호하는 가족은 치매환자에게 언어, 행동, 인지장애

등이 나타날 때 충격을 받을 일도, 속상해 할 일도 아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다.

▶치매환자에 대처하는 보호자의 자세

△치매는 ‘병’이다

가족을 못 알아보고, 방금 식사 했는데 또 밥을 달라고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에

충격에 빠져선 안된다. 환자의 이상행동은 환자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치매라는

병균 때문에 그저 나타나는 행동이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를

대하는 것이 옳다. “왜 날 모르시나, 왜 그러시나”하고 절규하며 정답을 강요하면

환자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증세 호전은 더 어려워진다.

△‘정성’이 약이다

치매를 완치시킬 약은 없다. 오히려 약물 치료는 환자의 기분이 더 처지게 만든다.

더 졸리게 하고 환자를 무기력에 빠뜨린다. 돌보는 가족의 진심어린 정성만이 환자의

병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자기를 대하는 행동이 진정인지 아닌지 표현은 잘 못하지만

환자는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배우자의 사랑이 중요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치매 환자를 배우자가 잘 돌보면 치매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해 가을 ‘노인학 저널(Journal of Gerontology)’에

발표했다. 환자와 돌보는 사람의 친밀함이 치매 치료에 약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식, 사위, 며느리보다 배우자가 간병을 할 때 치매환자의 전반적인 건강과

인지 능력 감퇴 속도가 뚝  떨어졌다.

△햇빛을 쏘이며 산책을 즐긴다

네덜란드 신경학회 에우스 반 소머렌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햇빛이 잘 드는

방이나 밝은 환경에서 활동한 노인들이 그렇지 못한 노인보다 치매증상이 개선됐다.

사람은 주로 밝은 빛, 부드러운 소리나 터치에 편안해 한다. 치매 환자들을 어두운

방에 방치하면 안된다. 햇빛이나 다른 불빛을 볼 기회를 차단하면 증상이 더 악화될

뿐이다.

(도움말: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 건국대병원 정신과 유승호 교수)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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