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병원이 진짜 드라마 속 제중원일까?

세브란스, 드라마-다큐 협조 등 서울대에 반격

SBS 월화드라마 ‘제중원(극본 이기원, 연출 홍창욱)’이 방영되면서 제중원 뿌리

논란이 슬금슬금 불거지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서로 제중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요즘 연세세브란스가 드라마 ‘제중원’ 제작 과정에서 의료자문, 의사의 드라마

출연 등의 방식으로 발을 맞추면서 일반인에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제중원 적통성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모양새다.

조선말기 고종이 선교사 알렌의 제안을 받아들여 설립한 제중원은 설립 9년 뒤인

1894년 일제의 압박으로 미국 선교기관에 완전히 운영권이 넘어갔다. 국립기관에서

완전한 사립의료기관이 된 제중원은 1904년 서울역 맞은편 부지로 옮기면서 명칭을

세브란스병원으로 바꿨고 1955년에 지금의 세브란스병원 자리로 이사했다. 이 때까지 제중원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효시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하지만 1978년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은 국립병원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의

뿌리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제중원 뿌리논란’이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2007년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동시에 제중원 122주년을 기념식을 거행하면서

이 문제는 의료계의 이슈가 됐다.

제중원은 1885년 정부기관으로 세워졌다. 그러나 의료-교육 등 의학기능은 당시

제중원 설립을 건의했던 알렌을 비롯한 선교기관 소속 의사들이 도맡는 민-관 협력체계로

운영됐다. 따라서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맡았던 사람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설립

주체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그 뿌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제중원은 형식만 정부기관이었지 가장 중요한 의료활동은

선교사들이 했다”며 서울대병원의 제중원 원조 주장을 일축해왔다. 설립 후 9년간

제중원이 정부기관이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제중원 운영이 조선 정부에서 미국

선교기관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서울대 측은 2007년 대한의원 100주년-제중원 122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뒤 따로

제중원 기념행사를 열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7년 뿌리논쟁 이후 지금도 각 병원은

스스로 제중원계승 병원이라는 입장을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논쟁의 불씨는 살아 있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올 3월 제중원 4대 병원장인

올리버 에비슨(Oliver R. Avison)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에비슨 일대기’

독립제작사에 촬영장소 및 자료 등을 협조하면서 관련 행사도 마련 중이다. 에비슨은

드라마 ‘제중원’의 주인공인 백정출신 의사 박서양(박용우 분)의 실질적인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다방면으로 ‘제중원의 원조’임을 호소하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뿌리논란이 다시 불붙을지 눈길이 모이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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