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부자에게 진료비 더 받았다

가난한 환자 치료에 활용한 듯

125년 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에서도 돈 많은 사람은

더 좋은 환경에서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돈을 많이 내면 독방이나 특실에

입원했다는 기록이 있다. 제중원이 설립된 1885년 조선 말기 사회는 상공업의 발달로

시장경제가 형성되면서 신분제가 흔들렸다. 천민이라도 돈이 많으면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등 빈부격차가 벌어졌다.

제중원은 이전에 없었던 근대식 병원이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고 아픈 데도

없는데 병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연일 붐볐다. 제중원은 구경꾼을 제한하려고

1인당 20전씩 입장료를 받기까지 했다.

독방과 입원실 비용은 일반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매우 비쌌다. 연세의료원

120년사 편찬위원회가 2005년 펴낸 ‘인술, 봉사 그리고 개척과 도전의 120년’에는

제중원의 ‘공립의원규칙’이 나온다.

규칙 제9조는 “입원한 환자는 자기 치료비를 예와 같이 가져와야 하는데, 상등

환자의 하루 치료비는 10냥(1,000전), 중등 환자는 5냥(500전), 하등 환자는 3냥(300전)이다.

가족이나 의탁할 자가 없는 사람은 공립의원 예산에서 그 비용을 보전한다”고 나와

있다. 당시 쌀 한말 값이 80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게 비싸다. 그러나

제중원의 이런 규칙을 뜯어보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비를 더 받아

가난한 사람들 치료 재원으로 활용한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병원사업에 진출하면서 대형병원들은 좋은

환경과 시설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특실이나 VIP실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VIP실에서는 환자 전담 간호사가 있고 환자와 보호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시설규모와 입원료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고 하루 입원료가

어떤 곳은 400여만 원인 곳도 있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제중원(극본 이기원, 연출 홍창욱)‘은 신분제가

흔들리던 조선말기 최초 근대식병원 제중원을 배경으로 당시 의술과 시대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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