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선택기회, 자유 아닌 속박?

우울증-이기주의 유발… “고학력 서양인만의 믿음”

현대인은 매일 무엇을 먹을지, 어떤 TV 프로그램을 볼지 선택의 연속에 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수십가지 메뉴 앞에서 질리기도 하고, 수백개나 되는 TV채널을

리모콘으로 오르내리며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같이 현대인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기회는 자유나 권리라기보다 자신을 속박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흔히들 여러 가지 ‘옵션’ 속에서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은 자유나 권리와 직결된다고 여기지만 정작 선택을

해야 하는 당사자에게 너무 많은 선택기회는 고민을 안겨주고 심하면 속박으로 느껴진다는

것.

미국 스탠포드대-스와스모어대 연구진은 공동으로 갖가지 선택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사람들이 선택기회와 자유 및 권리

사이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미국의 중산층 이상이고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자들은 다양한 선택기회를 자유나

권리와 연결된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었다. 이에 반해 비서구권에 사는 사람이나

서구권에 살지만 노동자 계급에 속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택의 가치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무제한적인 선택기회가  짜증스러우며

오히려 주체적인 삶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답하기도 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선택기회 앞에서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바람직한

선택을 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고 후회가 들기도 하면서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 선택의 기로에 서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타인이나

사회 전체가 좋아하는 것을 비교하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감정도

메마르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시대에는 다양한 선택기회가 자유와 권리 증진에 긴요하다는 생각은

고학력 서구인 일부에게만 통용되는 가치가 돼버렸다”면서 “오히려 별로 차별성도

없는 것 가운데서 끊임 없이 선택해야 하는 현대인은 감정둔화 불안정 이기심 등을

겪게 되고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소비자 연구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실렸으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신문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9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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