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가 만난 건대병원 해임교수의 환자들

의사는 까칠하고 제멋대로다?

건강의료포털 ‘코메디닷컴’의 수습기자가 된지 3주째. 매일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대학병원 응급실에 무작정 던져져 의료진을 취재하는 과제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만큼이나

막막하다. 응급실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와 누적된 피로 때문에 TV에서 보는 것처럼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훈훈한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의사에게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홍보팀에 연락하고 왔나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는데) 모릅니다” 등 까칠한

답변만 되돌아 왔다.

의사가 제멋대로고 까칠하다는 인상이 바뀌게 된 건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해임 사건을 취재하면서 환자들을 만나면서부터다.

심장병 환자는 주치의와 절대적인 신뢰 관계로 얽혀 있다. 생명과 다름없는 심장을

맡긴다는 것은 믿음이 없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두 교수의 갑작스런 해임 때문에

자신의 심장을 돌봐주던 의사를 마음으로 찾고 있는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년

이상 유규형 교수를 따라 병원을 함께 옮겨 다닌 한 할아버지. 그리고 해남 땅끝마을에서

한성우 교수에게 줄 8년산 도라지를 싸들고 먼 거리를 온 한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이 분들은 두 교수가 왜 갑자기 없어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20년 동안 한결 같이 믿을 수 있는 사람

심장혈관내과 접수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최문환 할아버지는 20년 넘게

유규형 교수의 진료만 받아왔다고 한다. 최 할아버지는 “원래 유교수님께 진료를

받는데, 퇴임하셨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다른 교수님에게 받으러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된 것이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최 할아버지는 1988년 처음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유 교수와 함께 해 온 20년지기

환자다. 최 할아버지는  “교수님이 한강성심병원에서 한림대로 다시 건대를

옮기는 동안 따라 다니면서 진료를 받았어요. 그분 따라 병원을 옮긴 환자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20년 넘게 알아온 사람인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또 “유 교수가 만약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당연히 다시 유 교수의 진료를

받을 것”이라며 “갑자기 퇴임 연락을 받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고 오늘 다른

교수에게 자초지종을 물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8년산 도라지를 선물로 주고 싶은 사람

“누구라구요?”

“한성우 교수님께 진료 받으셨던 적 있으셨나요?”

“한교수님. 네, 받았어요. 심장 째고 판막 수술 받고 1년에 한번씩 여그 와요”

박금덕 할머니는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왔다. 2006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한

교수에게 1년에 한번씩 점검을 받으러 오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집을 떠나 10시간 걸려 병원에 도착했지만 박 할머니는 한 교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없다. 할머니의 전화번호가 잘못 등록돼 더 이상 한교수가 진료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연락을 미처 받지 못했다.

예약시간보다 2시간 더 기다린 것보다 할머니와 그 분이 더 화가 나는 건 믿음직한

한 교수를 볼 수 없는 것. 할머니는 자기 생명을 돌봐주는 한교수를 위해 8년 묵은

도라지를 싸 왔다.

“아가씨가 한교수님 어디 있는 줄 알아요? 그럼 아가씨가 도라지 전해줘요. 이게

8년 된 거라 진짜 몸에 좋은 거야. 내가 원래 다른 사람들한테 뭐 잘 안주는디 갔고

왔어, 내가 병이 다 나아서 너무 감사해서…”

이진영 기자 min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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