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학자의 비평은 학문 발전의 과정

끊임없는 문제제기, 진실 밝힌 사례 많아

“과학자들은 언제나 틀릴 수 있기에 최대한 여러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야 하며

무자비할 정도로 자기 비판적 태도를 갖는 것이 의무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비평가

칼 세이건의 말이다. 과학과 의학세계에서 데이터 공개를 기반으로 한 피어 리뷰(peer

review, 동료학자들의 검증)는 검증의 기본 과정이다.

지난 15일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표면상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이들 교수는 같은 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특정 수술 환자들의 부작용을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고 식약청에

보고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의 과학, 의학계에서는 동료 학자들의 문제제기는 수시로 일어나고 당연한

과정으로 자리매김 돼 있다. 더구나, 조직의 화합을 해쳤다는 이유를 내걸어 아예

연구 활동을 가로막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얀 헨드릭 쇤 사건’ ‘필트다운

사기사건’ ‘존 롱 사건’ 등  동료 학자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반박으로

진실이 드러난 사건들은 널려 있다.

▽얀 헨드릭 쇤 사건

독일출신 물리학자 얀 헨드릭 쇤은 2001년, 자기 이름이 들어간 논문을 한달이

멀다 하고  발표했다. 같은 해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에 “분자 하나로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을 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컴퓨터의 제작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쇤은 세계 정상급 과학잡지에 획기적인 논문들을

쏟아내며 노벨상 후보로까지 떠올랐다.

그러나 곧 그의 논문 데이터는 실험으로 나오기에는 수치가 너무 완벽하다는 동료

학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미국 버클리대 리디아 손 교수, 코넬대의 폴 맥코인 교수

등도 논문 데이터의 부정확성을 꼬집었다. 2002년 10월 ‘사이언스’는 쇤의 논문

8개를 취소했고 2003년 3월 ‘네이처’는 7개를 취소했다.

▽존 롱 사건

미국 하버드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비장에 생기는 종양인 ‘호지킨병’에

관한 연구를 한 존 롱은 호지킨병이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고 확신하고 종양 세포를

시험관에 배양하려 했다. 롱은 당시 호지킨병 전문가로서 교과서에도 이름이 실리는

등 그 분야 세계 권위자였다. 그러나 롱이 채용한 연구원 스티브 쿠웨이는 실험노트를

꼼꼼하게 확인한 결과 롱의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쿠웨이는 이 사실을 학계에 알렸고 결국 롱은 병원에서 짐을 싸야만 했다. 학계에서는

세계적 권위자라도 자기 주장을 최선의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하고, 동료는 의심나는

부분에 대한 검증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필트다운인 사건

영국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은 1912년 진화론의 결정적인 단서인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넘어가는 흔적을 영국 남부 서섹스주 필트다운 자갈채취장에서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인간과 원숭이의 특성을 각각 지닌 두개골과 턱뼈 조각. 이 원시인류는

‘필트다운인’이라고  불리웠다. 영국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화석 발견

40년 만에 두개골은 겨우 5만년 전 사람 것이고 턱뼈는 오랑우탄 것이라는 진실이

드러났다. 턱뼈의 어금니는 줄질로 깎아냈고, 화석처럼 보이도록 화학처리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진실도 동료 학자들의 끊임없는 의문제기가 있어서 가능했다.

1924년 남아프리카 해부학자 레이먼드 다트는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필트다운인과는

정 반대 특징을 가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을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 학계는

이 화석이 필트다운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10년 동안이나 무시했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계속해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은 발견되고 필트다운인 화석은 전혀 발견되지

않으면서 학계의 관심이 변했다. 결국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진실은 밝혀졌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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