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교수해임 학자들 “도 넘었다”

심장학회-흉부외과학회, 대책 마련 돌입

건국대학교가 병원 심장내과의 두 교수를 전격 해임한 것으로 알려지자 동료 의사들과

교수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연초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두 교수는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종합적 대동맥 판막 성형술(CARVAR)의 환자 부작용을

국제학술지에 논문발표하고 보건당국에 보고해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이유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 보도를 접한 대한심장학회 장양수 홍보이사(연세대 심장내과)는 “해도 너무한

처사”라면서 “이러면 과학적인 발전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징계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성명서만 낼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무겁게 받아들였다.

심장학회는 지난 5일 건국대병원에서 두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 예정 사실을

접한 후 “건국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징계절차를 포함한 일련의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사실규명이 되기 이전에 학술적 문제 제기에 대한 징계는 타당하지

않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박영배 이사장과 이사들은 이날 뒤늦게 해임 통보 소식을

전해 듣고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사 가운데 한 명은 “건국대학교가 도를 넘었다”며

“재단이 절대권력을 갖는 우리나라 대학의 폐해를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송명근 교수가 소속된 대한흉부외과학회 안혁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은

“아주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상임이사회를 열어서 이 사안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학회의 다른 관계자는 송 교수의 수술법에 대해 “학회 내부적으로 많은

비평과 비판이 있어왔다”고 털어놓았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효용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가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과제로 송 교수 수술법의 안전성 여부 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박표원 교수(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는 “카바(CARVAR) 수술법에 관한 국가 기관의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에서 이를 보고한 교수 두 명을 전격 해임 한 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잘못된

무리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의대의 다른 교수들은 대체로 이번 두 교수의 해임사태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재단에 밉보이면 언제든 이들처럼

해고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전했다. 건국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우리 노조와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니라 코멘트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이 의대 교수들 뿐 아니라 전체 교수 문제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연결된 사안을 조직을 위해 덮지 않았다고 해서 한 보복인사라면 문제가 크다”며

“학문적 진리보다 조직의 이해가 앞선다는 건 사회와 과학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주장했다.

건국대병원 홍보실은 이날 “오후까지 병원 측의 공식 의견이 나올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입장 표명은 없었다. 병원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5일 학교 측에 의해 전격해임된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징계에 반발해 18일 교육인적자원부에 해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이들 교수는 소청 심사가 60~90일이 걸리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행정소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규형 교수는 “이번 사태에 처음부터 문제를 벌이지 않고 학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만 지적해 왔다”면서 “그런데 조직의 화합을 깨고 잘 나가는 의사 발목을 잡았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성우 교수도 “건대병원과 환자들을 사랑하는 마음뿐이다”라며 “지난 2년

여 동안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이익 싸움으로만 비춰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동료의사의 새로운 수술법이 문제가 있는데도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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