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사태’ 때 과학자들은 뭐했나?

온라인 의사논객 ‘눈초’, 비평서 발간

“2008년 광우병 사태는 정부, 의사, 과학자, 언론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그렇게까지

비이성적으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팔짱을 끼고 있었고 전문가 집단이라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갈팡질팡했습니다.”

광우병 파동 당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과학적 실체를 알리려고 고군분투했던 양기화 박사(54)가 최근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당시 온라인 인기 건강 블로거로 유명한 논객이었던 양 박사는 ‘광우병 사태’가

확산되자 ‘인간광우병(vCJD)은

현대 과학으로 이미 통제가 가능하고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한국인이 vCJD에

걸릴 위험은 크지 않다’는 등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의 블로그는 그를 성토하는 네티즌의 욕으로 도배가 됐다. 네티즌은 이메일과

휴대폰에 ‘밤길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직접 찾아와 항의를 하거나

토론을 벌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양 박사는 토론회에도 참여해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측과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일부 부처만 ‘외로운 싸움’을

지원했고 의협조차도 나서지 말 것을 종용했다. 과학자로서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말하는 것조차 외롭게 수행해야만 했다.

그는 식약청 같은 정부 기관이나 의협 같은 전문가 단체가 자기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001년 1월 1차 광우병 파동이 났을 때 식약청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영국에서

발간된 광우병 백서를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촛불 파동이 번지자 식약청은

광우병 백서를 식약청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습니다. 아마 광우병 백서가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국민의 먹을 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책임져야

할 식약청이 팔짱을 끼고 방관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키운 셈이지요.”

당시 정부 부처에서도 농림수산식품부가 맹폭을 당하고 있었지만 보건복지가족부,

특히 식약청이 팔짱을 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었다.

양 박사는 “미국 의사협회는 정책을 결정하는 데 거의 절대적인 의견을 내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 의협은 ‘미국산 쇠고기 위험’이라는 입장에서 시작해 신중론으로

변하더니 갑자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쇠고기 시식회에도 참석했습니다.

당시 의협에서 그 때까지 나와 있는 객관적 사실을 종합해 ‘광우병 소는 위험할

수 있다. 다만 위험의 정도는 이미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고 통제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입된 쇠고기는 문제 없다’ 정도의 의견만 제시했어도

의협의 역할은 다 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양 박사는 의사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하다가 의협 정책연구소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의협은 “계약만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주장하지만 양 박사 주위의

사람들은 의협과의 마찰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양 박사는 “광우병과 같은 이슈에 대한 과학자의 역할은 과학적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되 모든 근거를 검토하는 것”이라며 “편향된 연구 결과만이 과학적

근거인 냥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우병 사태는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더 큰 신뢰를 깰 수 있다는 것을 국가적으로

체험한 사건이지요. 과학적 사실이 왜곡되면 어떤 혼란이 생기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정부나 과학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가르쳐준 사건이지요.”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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