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 찾아온 산후우울증 대처법

아기출산 귀찮아하는 아빠, 병원 찾아야

열 시간의 진통 끝에 첫 아기를 출산하는 아내를 지켜봤던 이정민(남. 32) 씨는

기쁜 것도 잠시, 아기 얼굴을 보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해서 매일같이 동료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늦은 시각 집에 들어간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오히려 잠이 잘

오지 않고 죽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든다. 아내는 이런 이 씨에게 매일같이

잔소리만 해댄다. 이 씨는 지금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산후우울증

처음 임신한 임산부의 10~15%에서 출산 후 2~3주 이내에 나타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대개 수주 내지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런 우울증은 여성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남성 산후우울증이라는 병명은

엄격히 말해 의학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기를 낳고 난 후 아빠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오기 때문에 남성 산후우울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회에서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남성 산후우울증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유승호 교수는 “남성의 산후우울증은 대부분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으며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아서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많이 발견된다”며

“남성이 단순히 산후우울증이라는 이유만으로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출산 때의 스트레스와 양육에 대한 부담이 합쳐져서 산후우울증이

나타나는데 정신적 사회적으로 남자도 똑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양육에

대한 부담은 여자가 더 크게 느끼지만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남자가 더 크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아기를 낳고 난 후 변화된 생활과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남성에게도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 산후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감정의 전염과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산모의 우울한 감정은 남편에게도 전달된다.

아내가 산후 우울증에 걸렸을 때 남편도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 존 카시오포 교수팀이 4500명을 대상으로 감정과 전파력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 사람이 외로우면 친구,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3단계까지 전염됐다(‘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월호).

2세가 태어나면 아빠가 기쁜 것이 정상이지만 앞으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

아기를 낳는 동안에 쌓인 스트레스, 아기한테만 쏠리는 아내의 관심, 경제적 압박감

등 여러 요소가 합쳐져 다른 때보다 스트레스가 커지게 되고 이것이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소유욕이 강한 남성은 산후 우울증에

더 잘 걸릴 수 있으며 평소 우울증 소인을 갖고 있던 사람이 아기의 출생을 계기로

증세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이 심하면 가장 극단적인 증상은 자해 또는 자살로 나타난다. 산후 우울증의

경우 심하면 영아유기, 일가족 동반자살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남성 산후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가족치료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유승호 교수는 “특히 부부가 모두 산후우울증이 있을 때는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자칫하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지면서 가족이

붕괴되는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상황은 아이 양육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부부와

아이만 함께 사는 핵가족사회이기 때문에 아이가 생기면 의지를 할 곳이 없어 애

아빠에게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산후우울증 환자에게는 아이를 함께 돌 볼 수

있는 주변인의 지지가 필요하다.

우울증이 병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평소처럼 반응해서는 안 된다. 남편이 종전과

다르게 할 일을 하지 않고, 자주 울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행동을 할 때는 부인이나

주변사람들이 맞서서 왜 그러냐며 상처 주는 행동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평소와 달리 짜증이나 화를 내고 시비를 자주 걸거나 아기를 귀찮아하거나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아빠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거나 아내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정도면 남성 산후우울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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