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보균자에게 권주=‘간접살인’

간 환자 사전에 ‘절주’는 없다

주당들 중에는 한참 취기가 올랐는데도 “자, 먹고 죽자”며 한잔 술을 더 권하는

이들이 있다. 한잔 술을 더 먹는다고 죽기야 하겠는가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정말로

한잔 술에 생사가 갈리는 사람들이 있다.

알코올 의존 환자는 한 잔 술 때문에 몇 년 금주한 효과가 날아간다. 이에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다. 간염이 발병해서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되면

술자리에 갈 수조차 없겠지만 ‘보균자’는 ‘괜찮겠지’하고 술을 마셨다가 간염,

간경병증, 간암이 급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또 간염이 한 번이라도 발병한 사람에게

술은 그야말로 ‘독약’이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A형 간염 같은 급성 간염은 치료가 끝나고

간이  회복되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지만 만성 간질환자는 이미 간이 손상돼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절주도 안 되고 금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러스

보유자도 갑자기 간이 치명적 상태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술을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권했다. 실제로 많은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이 ‘간염 증세가 나타나면

그때부터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간 건강을 돌보지 않다가 치명적 상태에서

병원을 찾곤 한다.

술은 적당하면 스트레스를 풀고 사회생활에 윤활유가 되지만, 지나치면 우리 몸의

영양소를 저장하고 해독 작용을 하는 소중한 간에 부담을 준다.

술은 간에서 지방산 산화분해력을 감소시켜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킨다. 지방간처럼 간이 부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과음을 하면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후에는

술을 끊더라도 환자의 반 정도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자각 증상이 크게 없다. 피로감이나 식사 후 포만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금주를 하면 다시 간 기능이 회복된다. 알코올성 간염은 A형 간염처럼

심한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 증상과 비슷하다. 밥맛이 없고 피로하며 구역질이 나타난다.

간혹 미열이 있으며, 심한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간 관련 질병을 가진 사람이 술을 마시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다. 대한간학회가 지난 해 9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전국

12개 병원에서 간 환자와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1775명을 대상으로 ‘간과 술에 관한

인식도’를 조사했다. 응답자의 25%는 “지방간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자연히

생기는 현상일 것”이라고 한가롭게 답변했다. 지방간 진단을 받아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비율도 응답자의 50%를 넘었다.

또 간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한 사람보다 술을 더 마시는 아이러니도

나타났다.간 질환자의 한 달 평균 음주량은 소주로 평균 7.25병이었다. 간질환이

없는 사람들의 한 달 평균 음주량인 4.52병 보다 1.6배 높은 수치다. 일주일에 소주를

8병 이상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의사가 금주를 하라고 해도 6.9%는

“계속 마시겠다”, 15.7%는 “노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교수는 “알코올성 간질환은 어떤 술을 마시느냐보다

알코올의 총섭취량과 관계있다”고 전했다. 정상인이라면 하루에 들이키는 알코올의

양이 소주는 한 병(360ml), 맥주는 1500~2000cc, 위스키는 150cc이하가 안전선이라는

설명이다.

▽간 건강을 지키는 음주법

△매일 마시면 안 되고 1주일에 최소한 2, 3일 마시지 않는다.

△빈속에 마시지 말고, 과일이나 채소 등 안주를 충분히 먹는다.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시지 않는다.

△상습적인 음주자이거나, 폭음을 피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은 전문가와

상의한다.

△자기 주량을 절대로 넘기지 않는다.

△과음한 후 해장술이나 불필요한 약재를 또 먹지 않는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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