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 억지로 늦추면 부작용 크다

초경 억제제가 성장호르몬 교란시킬 수도

얼마 전 한 여대생이 방송에 나와 “남자 키 180cm 이하는 루저”라고 발언한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어느 새 키는 우리사회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고,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는 특히 관심이

높다.

부모들은 딸이 초경을 시작하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초경을

하면 이제 딸의 성장이 멈추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이

다가 오면서 일부 성장클리닉은 호르몬 제제를 이용해 초경을 늦출 것을 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최근 소아전문 네트워크 아이누리 한의원이 여고 2학년생 83명을 대상으로 각각

초경 시작 이후 키는 어떻게 됐는지 조사했다. 초경을 일찍 시작한 42명은 초경 당시

키 155.1cm에서 현재 162.6cm로 평균 7.5cm 더 자랐다. 반면 초경을 늦게 시작한

41명은 초경을 시작할 때 평균 157.4cm였지만 현재 163.3cm로 초경 시작 이후 평균

5.9cm 더 자라는데 그쳤다. 초경을 일찍 시작한 집단이 초경이 늦은 집단보다 오히려

초경 이후 더 자란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초경을 시작한 후 성장이 멈춘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고 키는 초경을 언제하느냐 보다는 유전적 영향이 크다”면서 “초경이

온 후 2년 정도는 더 자라게 된다”고 설명했다. 키는 유전 외에도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 영양상태, 수면, 적절한 운동량이 총체적으로 관련되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여자 아이들의 성장패턴은 유방발육이 시작되고, 급속성장기를 거쳐 초경을 경험하는

것이 통상적인 순서. 따라서 초경을 한다는 것은 급속성장기가 지났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이후에도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초경을 늦추는 주사로 알려진 류프린은 원래 성조숙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 류프린은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므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저하에 따른 골밀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안면홍조나 얼굴 화끈거림이 생길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충호 교수는 “2차 성징이 너무 빨리 나타났을 때

류프린을 주사하는 것”이라며 “이 약물은 성조숙증 치료에 쓰이는 것이지 키를

더 키우기 위해 쓰이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주웅 교수도 이른 바 ‘키 크는 주사’가 가져올 수 있는 골밀도 감소라는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다. 자칫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장년기 이후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상을

입는 등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박수성 교수는 아이들 키를 크게 하는 방법으로 먹는

것을 제일로 꼽았다. 박교수는 “북한 사람을 봐도 알 수 있듯 가장 잘 크는 사춘기

이전까지 병 없이 잘 먹는 게 좋다”며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가장 건강한 자녀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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