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의 힘!..변화 10가지

“성 공론화, 소수자 성 문제 해결에 기여”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는 한국 화이자 제약의 간판 상품 비아그라가 이 달 15일에

출시 10주년을 맞는다. 비아그라는 지난 1998년 미국 화이자사가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던 도중 임상시험에 참여한 지원자들의 발기상태가 계속되는 ‘부작용’을

보이자 방향을 틀어 선보인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다. 1999년 10월15일 한국에 첫

선을 보인 비아그라는 의학계를 포함해 한국 사회의 변화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기부전, 의학적 접근 변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이란 문제를 진료실로 끌고 들어왔다는 부분에서 의학적인

공이 우선 크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는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에는

발기부전의 원인을 정신적인 차원에서 해석하는 게 90% 이상이었다”며 “비아그라는

신체적인 원인을 치료해 발기부전을 극복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역사상 전무후무한

알약”이라고 평가했다. 발기부전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연 것이다.

발기부전 환자 삶의 질 향상

비아그라는 복용한 환자들은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환자에게 하나의 희망”,

“젊음을 되찾아준 약” 등으로 평가한다. 중앙대 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 중에서도 비아그라가 판매되기 이전에는 발기부전이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는 비율은 44%에 그쳤던 반면 비아그라가 발매되고 5년 이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약 90%가 치료될 수 있다는 데에 희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환자도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해 왔다.  

성 공론화 기여

비아그라는 생리학적으로 발기를 돕는 약일뿐이지만 성적 욕망은 생리적인 것

못지않게 사회 문화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약보다도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평가된다. 2006년 ‘발기부전환자와 비아그라를 통해 본 한국남성의

남성성’ 이란 연구 논문을 발표했던 채수홍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비아그라는

남성성의 취약함을 공적인 무대에 전면적으로 등장시킴으로써 한국을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부부간 성 소통 강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을 겪는 당사자 뿐 아니라 성생활을 함께 하는 배우자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쳐 왔다. 비아그라에 의해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성 또한 남성의 발기부전 문제에 보다 쉽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면서

남성과의 관계를 보다 상호의존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게 된 것이다. 김세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아그라 복용자의 배우자는 비아그라에 대해 “남편의 기를 살려주는

약”, “신이 주신 선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약” 등으로 표현한다.  
노인 등 소수자 성 문제 해결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한 성생활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인처럼

그동안 성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됐던 대상 또한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 문화가 생성됐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90세 할아버지가 비아그라의

효능에 대해 물어오는 등 노년층의 성상담이 많다”며 “예전 같으면 노인이 주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행동도 비아그라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중장년층의 성적 욕망에

대해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경쟁 심화

출시 초기 비아그라는 단연 발기부전 치료제로서 독주했지만 이후 다국적 제약사

릴리의 시알리스, 바이엘의 레비트라 등이 발기 강직도, 발기 시간 등을 내세워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가 갖춰졌다. 국내에서도 동아제약과 SK케미컬이 각각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와 엠빅스를 출시했다. 의약품 전문조사기관

IMS의 올 8월 자료에 따르면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상반기 처방액이 전년보다 16억

180만원 증가하면서 국내 시판중인 발기부전 치료제 중 증가액이 가장 많게 나타나는

등 수입 약을 제치고 선전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 발기부전 치료제 연구

다른 형태의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뉴욕 예시바대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연구진은 먹는 형태의 비아그라를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두통,

위장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데 착안해 바르는 비아그라를 개발 중이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비아그라 연고를 바른 쥐에게서 발기부전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됐다. 여성 성기능 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용 비아그라’도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짝퉁 비아그라 암거래 성행

비아그라가 유명세를 타면서 전문의약품임에도 처방을 받지 않고 아는 사람을

통해, 혹은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비아그라를 구입하는 사람도 함께 늘어났다. 하지만

처방전 없이 구입할 경우 중국산 ‘짝퉁’ 비아그라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7월 세관에 적발된 가짜 상표 및 상품 중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가 358억원 규모로 명품 시계 및 가죽제품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보약 매출 감소

정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보약 매출 또한 크게 감소했다. 홍삼 같은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이유이지만 비아그라를 필두로 한 발기부전치료제가 시장에 선을

보이면서 한의원까지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한의계 위기’

요인의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비슷한 사례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비아그라가 판매된 뒤  정력 강화에 주로 쓰이던 원료였던 알래스카 순록의

뿔, 수컷 물개의 성기 등의 판매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2002년 보도하기도 했다.

비아그라 판매가 환경보호에도 기여한 것이다.

국내 성의학 연구 분위기 국제화

2010년 제 14회 국제 성의학회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비아그라가 출시된

이후 발기부전 같은 남성 성의학에 대한 연구가 증가해 2009년까지 국내 학술지에

13건, 국외 학술지에 22건 관련 논문이 실렸다. 비아그라 및 발기부전과 남성 건강

관련 학술행사 또한 22번 개최되는 등 이전에는 척박했던 국내 성의학 연구 분위기가

비아그라 출시를 계기로 차근차근 조성되고 있다.

한편 비아그라는 정력제가 아닌 발기부전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력 강화의

목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남용은 안면홍조, 일시적 혈압상승,

두통, 안구 충혈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식약청에

따르면 2004∼2006년 3년 동안 한국화이자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부작용

보고사례는 599건으로 의약품 부작용 사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비아그라로 노인의 성관계가 원활해지면서 노인층 성병이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장년층 성병 감염의 대부분인 83%가

비아그라 출시 뒤인 1998년 이후 발생했다. 비아그라로 인해 성관계가 원활해진다는

장점 이면에는 뜻밖의 부작용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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