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통행이 불편? “뇌는 편하대요”

장기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아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강충신(28)씨는 최근 시행된 우측통행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과 부딪힌다. “왼쪽으로 걷던 사람들한테 오른쪽으로 걸으라고 한다고

달라지겠느냐”며 “걸을 때 자꾸 헷갈리고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 다른 사람들과

잘 부딪힌다”며 이번 방침에 불만을 토로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국가경쟁력위원회가 발표한 ‘보행자 우측통행 방침’에

따라 지하철, 공항, 항만 등의 에스컬레이터, 환승통로 안내표지를 우측보행에 맞게

개선해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우측보행이 사고를 줄여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동안 좌측통행에 익숙했던 사람 중 상당수가 불만이다. 일부에서는

“우파 정부가 들어섰다고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보행문화 개선방안 관련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한양대 인체공학연구센터

김정용 교수는 우측보행은 실제로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도로, 교통표지판 등 기존 시설물들은 보통 우측보행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좌측통행이 실시됐을 때는 사람들이 방향을 계속 바꾸면서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른쪽, 왼쪽이란 위치에 상관없이 방향을 바꾸는

횟수가 많아지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실제로 연구 참여자들에게 오른쪽과 왼쪽으로 걷게 한 뒤 뇌파를 체크했더니

거리를 좌측통행할 때보다 우측통행할 때 알파파의 수치가 상승하며 베타파의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파 수치는 보통 안정감을 느낄 때, 베타파 수치는

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높아진다. 심장박동도 우측통행을 할 때 더 늦어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좌측통행보다 우측통행이 더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우뇌 주의력 발달, 왼쪽 사물에 더 잘 반응

인지신경계의 특성으로 볼 때 오른쪽으로 걷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더 유용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좌뇌와

우뇌는 비대칭적으로 발달돼 있고 주의력에 관한 한 우뇌가 좌뇌보다 더 우세하다”며

“우뇌는 주로 왼쪽에 보이는 물체를, 좌뇌는 오른쪽에 보이는 물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우측통행을 하면 사람들이 더 주의를 기울이며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걷는 도중 ‘괴물’이 나타난 상황을 가정했을 때 오른쪽에서 나타났을 때보다 왼쪽에서

나타났을 때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보통 A4용지에 선을 하나

그어놓고 중앙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점을 찍으면 이는 실제로 왼쪽에 치우쳐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우뇌가 주로 주의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에게 우측보행이 더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사례가 없어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러나 몇 십년간 좌측통행을 해온 사람들은 이번에 결정된 우측보행 방침을 실천에

옮기기가 만만치 않다. 나덕렬 교수는 “인지신경계로 볼 때 우측통행이 인간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금방 적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용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학습에 종속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과도기 때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측보행은 개개인의 스트레스도 줄여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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