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거점병원 체제 무용론 ‘솔솔’

전문가 사이서 신종플루 거점병원 지정 무용론 ‘솔솔’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정한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에서 오히려 감염이 일어나고

일부 거점병원의 지정이 취소되면서 애당초 현행 거점병원 체제를 강력하게 추진한

것이 무리였다는 주장이 전문가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현행 거점병원 체제에

대해 ‘암묵적 반기’를 들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서울대병원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달 21일 전국에 일제히 거점병원을 지정한 것 자체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시 복지부는 이들 병원에 신종플루 치료제로 쓰이는 타미플루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거점병원으로 유도했지만 서울대병원은 이를 거부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복지부가 뒤늦게 타미플루 확보에 나서기 전부터 신종플루의 위험을

경고해왔으며 당시 이미 타미플루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면서 “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 병원 내 감염 등 다른 문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병원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정병원제를

수용했다.

의사협회도 꼭 지정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면 보건소 중심으로 지정해야지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가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는 15일 치료거점병원 464곳을 점검한

결과 21곳이 문제점이 드러나 지정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정 취소된 곳 중

3곳은 신종플루를 담당할 내과·소아과 전문의가 아예 없었으며 다른 곳도

외래진료실 안전관리 및 감염예방, 격리용 병상 수 확보 등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들은 애초에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대구의 한 거점병원에서 다른 질병으로 치료를 받던

61세 환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됐으며 이 병원에 지난 8일 교통사고 부상 치료 때문에

입원했던 9세 환자도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다. 현재 신종플루 의심환자와 일반 환자를

함께 진료하는 거점병원은 37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종플루 환자가 거점병원을

계속 찾게 되면서 병원 내 신종플루 감염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박승철 교수는 “신종플루가 인구 전체로 확산된 상태에서

거점병원을 지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병원 내 감염은 거점병원 지정을 하든,

하지 않든 이미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병원은 병원 내 감염에 철저히

대비하고 의사는 빨리 진찰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신종플루 자체가 감기나 독감과 비슷한 성격이어서 병원 내 감염이

불가피하므로 오히려 설익은 거점병원 지정이 취약층인 환자들에게 신종플루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신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방수칙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거나 아예 거점병원을 없애고 신종플루 진료만 하는 전문 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는 “거점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방법은 기본적인

것들”이라며 “거점병원이나 격리병동에 반드시 음압시설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신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는 꼭 마스크를 써야 하고 고위험군이 아닌 가벼운 신종플루

환자는 병원보다는 자택 격리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우흥정 교수는 “우리병원도 병원의 1인실이 전체의

1~2% 정도로 신종플루 환자를 모두 격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격리병실을

확보하자면 병원에서 비용이 들어가 기피하게 되므로 국가에서 전염병 관리차원에서

지원을 보다 확대 적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이미 우려했던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거점병원을 없애고 신종플루 환자만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지역별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의 좌훈정 대변인은 15일 “신종플루 환자를 격리 입원토록 하는 병원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병원은 일반 환자와 진료실, 입원실, 화장실 등 여러 시설을 함께 이용한다”며

“병원의 환자는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더 떨어져있는데 거점병원에서 신종플루 환자들과

일반 환자가 섞이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좌 대변인은 “병원 내 확산을 막으려면 거점병원 지정을 취소하고 대신 전국의

국공립병원과 보건소를 신종플루 센터로 지정해 일반진료를 중단하고 신종플루 환자만

전문적으로 봐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거점병원에서 신종플루 환자를 격리해서

진료할 것을 유도하고 있는데 거정병원마저 없어지면 모든 병원에 신종플루 환자가

퍼지면서 감염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며 “지금 거점병원 중에 국공립병원도

대다수 포함돼있고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만이 신종플루 환자를 전담하기엔 여건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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