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냐고? 잘 자야 살아남으니까

잠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 나와…“기억력 때문 자는 것 아냐”

사람이 왜 잠을 자는지에 대해선 그간 수많은 이론이 나왔지만 다 미흡한 점이

있었다. 많이 알려진 이론으로는 “잠을 자야 잘 기억한다”는 것이 있지만, 신경세포가

없는 식물도 잠과 비슷한 휴지기를 갖기 때문에 “뇌 때문에 잔다”는 이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진화론에 기초한 이론이 나왔다. “잘 자야 살아남았기

때문에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잠을 자게 됐다”는 이론이다.

미국 UCLA 대학 제롬 시겔 교수 팀은 사람을 포함해 해마,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같은 다양한 동물들의 수면 특징을 조사한 결과 “잠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포식동물에

잡혀 먹는 위험을 줄이는 효과 때문에 진화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각 종마다 음식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 에너지를 절약할 필요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수면 형태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겨울에 먹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땅 속 안전한 곳에 숨어 포식자를 피하면서 잠을

자면서 필요한 에너지 양을 뚝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잠은 동물에게 해로운 행동으로 여겨졌다. 잠자는 동안 의식이 마비돼

맹수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시겔 교수는 “잠을 자더라도

사람은 순식간에 의식을 되찾을 수 있다”며 “아기의 가느다란 울음 소리에는 엄마가

퍼뜩 잠이 깨지만 천둥이 치더라도 잘 자는 현상에서 필요하면 금새 잠이 깨는 특징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잠은 안전한 곳에 숨어서 맹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피하면서도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낮추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잘 자는 선조가 살아 남았고

그 후손인 우리는 잠을 잘 잔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진화론적 해설은 사람이 왜 어릴 때는 많이 자고 늙어서는 잠이 줄어드는지도

설명해 준다고 시겔 교수는 밝혔다. 어렸을 때는 신진대사가 왕성하고 지켜 주는

어른이 있기 때문에 마음껏 오래 자지만 반대로 늙으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또 지켜

주는 역할을 자신이 해야 하기 때문에 잠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신경과학 리뷰(Nature Reviews Neuroscience)’에 실렸으며

영국 온라인 의학뉴스 메디컬뉴스투데이,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23일 보도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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