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백신 뒤늦은 확보 ‘안간힘’

정부, 질병관리본부장 유럽 급파

미국에서 신종플루 백신의 첫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올해 말까지 2억 명 분량의 백신이 생산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등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동일한 균주로 생산되는 ㈜녹십자의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및 생산을 독려하는 한편 다국적 제약사의 백신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나 늦장행정과 관례행정에 따라 미리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허둥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초기 임상시험 “안전”

미국에서의 이번 임상시험은 7일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19일부터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안소니 파우치 박사는

“백신을 주사한 뒤 보고된 부작용은 팔 통증뿐”이라며 “이는 계절성 독감 주사의

부작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은 예방 백신을 한번이나 두 번 즉, 몇 번을 맞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독감 예방 주사도 때때로 2번씩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파우치 박사는 “부작용의 정도가 아주 미미했기 때문에 어린이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었고 다음 달 초에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신종플루 백신 태스크포스의 제이 버틀러 박사는

“CDC가 신종플루 감염자 수를 집계한지 몇 주 만에 수 백 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어린이, 10대, 50세 이하 성인의 75%는 입원하고 이 가운데 최대

60%는 사망할 것”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곧 개학철이고 건조한 가을 날씨가 다가오면서 점점 추워질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을 할 때는 입을 가리고 하는 등 철저한 예방을

강조했다.

“녹십자 생산 서둘러라”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녹십자의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용 백신 ‘GC1115′

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녹십자의 백신은 영국 국립생물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로부터 균주를 확보해 백신 제조용 바이러스 (Working seed)를

만든 뒤 이 백신을 유정란에 접종해서 만든 것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고대구로병원을 포함한 8개 병원에서 성인 472명, 어린이 250명

등 총 72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임상시험은 예방백신을 1차 투약하고 3주 뒤 2차

투약 하는 등 9월 둘째 주부터 8주 일정으로 진행된다. 임상시험은 9월 첫째 주에

진행되는 동물실험에서 안전성이 입증되면 9월 둘째 주 성인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하고

2주간 관찰해 이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소아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백신 추가확보 비상”

그러나 문제는 녹십자의 백신공장이 풀가동에 들어간다 해도 내년 2월까지 600만

명 분량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 앞서 정부가 어린이, 임신부, 노인 등 질병

취약계층과 초, 중, 고등학생 및 군인 등 전 국민의 27%인 1336명에 대해 단계적으로

예방접종을 펼친다는 계획을 밝혔으므로 700만 명 분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24일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을 벨기에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바이올로지컬스,

프랑스의 사노피파스퇴르에 급파해서 백신 물량 확보전을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또 녹십자사의 생산 공정에서 항원보강제를 활용해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안, 접종 횟수를 1인당 2회가 아닌 1회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각 안전성과 효능 등에 대한 검토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신종플루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 정부의 늦장행정, 관례행정이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월2일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나온 뒤 백신확보

예산을 짜는 데 두 달이 걸렸고 그나마 공개입찰 때에 1도스 당 구매가격을 7000원이라는

헐값에 책정한데다가 △11월까지 백신 공급 △원산지 및 국내 허가 획득 △국가검증

통과 등의 입찰조건을 내세워 다국적 제약회사가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당시 해외 백신 생산업체들이 백신 균주를 확보해서 최근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백신에 대해 기존의 백신 입찰 규정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공개입찰을 한 것.

그 뒤 정부는 제약사와 1대1 협상을 해왔지만 여의치 않자 이번에 질병과의 전쟁에서

총사령관격인 질병관리본부장을 현지 회사에 직접 보내서 백신 확보전을 치루고 있는

것. 그 사이에 백신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올랐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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