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미달 건강 블로그

여러

할 일이 많던 중, 다음 블로그 뷰에 잠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버린 자극적인

제목.

"다이어트 효과 극대화하는 5가지 Tip"

일단, 제목은 다음에서 편집해 올려주는 수가 있으니..하고 보았지만 (역시 원래

제목은 -나름- 덜 자극적인 "다이어트! 이것만은 주의!"였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제목이 저거였단다…)

내용을 읽던 중, 고개를 갸우뚱하는 내용이 있어서 좀 더 찾아보게 되었고, 이런

식의 애매하고 잘못된 정보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고 모른 채 지나가는 건 좀

문제가 있겠다 싶어서 굳이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다른 내용도 솔직히 다 파헤쳐 보면 여러 모로 엉성하고 오류가 있어 보이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가장 생소(하다면 생소)한 "그렐린 호르몬"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만 문제를 지적하려고 한다.

그렐린 호르몬에 대해서 원 블로그에서는 (요약하면)

그렐린 호르몬은 식욕 촉진과 지방 축적의 원인이며, 지방을 식전에 섭취해 두면

이 호르몬의 수치를 낮출 수 있어서 식욕 억제에 효과적이다..
라는 식으로 적었다.
게다가

이 과정에는 "단순포화지방산"이라는 말도 나오고…
출처라는 것도

"의학 전문가들"이라거나 "프랑스 대사연구소"라는 식이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 투성이다.

나도 지식의 한계가 (많이) 있는 일개 의사이지만, 자료에 근거해서 오류를 수정하자면
먼저

그렐린(ghrelin) 호르몬이라는 것은 Wikipedia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식욕과 지방

축적 모두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

이 호르몬은 지방의 섭취를 통해 자극될 수 있다는 것도 바로 이 Wikipedia의

설명에 나와 있고, 최근의 언론 보도에서도 요란스레 다루어진 내용이다.

그러니, 그렐린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식전에 지방 함유 식품을 복용하세요!

라고 하는 것은 정 반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블로거는 (호두 6개, 땅콩 20개라며) 일정량의 지방 섭취를, 그것도

"단순포화 지방산"이라고 하며 권장했을까.

이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일단 잘못된 용어인 "단순포화지방산"이란 말을 살펴 봐야 한다. 단순

포화 지방산이란 말은 없고,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있을 뿐이다. (추가 :

단순불포화지방산은 있다..)

단순 포화 지방산이라는 말을 쓴 것을 검색해 보니, 저 호두와 땅콩 이야기까지

함께 나오는 글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p 202 부분에 불포화지방산이라는 말을 단순포화지방산으로 잘못 적었다.

(예전에 내 몸 사용 설명서를 휘릭-읽은 적은 있지만 이 부분에 정말 번역이 잘못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 블로거가 잘못 적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블로거가

내 몸 다이어트 설명서에 대해 적은 것을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닌 듯도 하다.)

"지방"이라기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 소량을 식전에 먹는

것이 여러 이유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식욕

억제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는 꽤 회자되는 이야기이긴 하다. (진위 여부나 효과

여부는 별개)

하지만

그렐린 억제 > 식욕 억제 > 다이어트

불포화단순포화 지방산 섭취 > 식욕 억제 > 다이어트

의 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 번에 엮어 버려서

단순포화지방산 섭취 > 그렐린 억제 > 식욕 억제 > 다이어트

의 결론을 내려 버리면 읽는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말로 원래의 블로그를 적은 분이 말하는 "의학 전문가들"이라는게

이렇게 겨우 어떤 텍스트를 정리한 블로그 글이라고 한다면,

이런 식으로 (글 쓰신 분에게는 인격적으로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불분명한 의료

정보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블로그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것은 매우 매우 안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원래 블로그의 전체 맥락은 5가지의, 어찌 보면 일반적인 다이어트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룬 것 뿐이며

그렐린 호르몬 하나에 읽는 사람들이 그렇게 집착하겠는가, 그걸 그렇게 캐내고

파헤쳐서 면박을 주고, 옳으네 그르네 이야기를 해야 속이 시원하냐고. (또는 "그래,

너 의사라 이거지?")

하지만 (알량한 의사로서) 꼭 이렇게 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사람들은 뭔가 용하다고 생각되는 것, 신기한 것을 기억한다. 지엽적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불행히도 저 글은 현재까지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었는데..) 저 글을 읽은

사람들 중에서 단 10%의 사람들이라도 저렇게 잘못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억한다면 이 문제는 결코 "지엽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다.

 

2. 의료 정보를 다루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소위 "준 전문가 행세"

블로그 중에서도 수준 미달의 블로그가 취하는 방법론상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듯한 용어를 쓰면서 현혹하고,

(죄송하지만 너무나도) 어설픈 의학 용어와 자료들을

원저작자가 누군지도 모르게 여러 번 펌질된 것 중에서 자극적인 것들을 언급하거나

심지어는 무단 도용해서 (원 블로그의 글에 있는 비키니 여성의 사진은 분명 무단

도용일텐데, 출처조차 없다..)

인기를 얻는 것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게다가 블로그 상단에 가득한 자신의 책 홍보 이미지라니….(책의 의학적 진실성

여부는 일단 넘어가자)

자신의 어떤 목적을 위해 저런 정보성(을 가장한) 블로그를 올리는 일은

매우 심하게 이야기하면 어릴 때 동네를 돌아다니던 약장수들이 자신들의 약 판매를

위해 뭔가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던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저런 어설픈 건강 블로그들이 자연 도태되거나 문제를 수정해서 올바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블로고스피어의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오랜만에 격한 글이었..)

by 김제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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