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 51% 수도권에 집중

일부 지역 야간·주말 약국 폐쇄-무자격자 조제 우려

병원 약사가 수도권과 대형병원에 집중돼 있어 약사 인력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약사는 2005년 1~6월 상반기 3만 363명, 06년

상반기 3만 907명, 07년 3만1593명, 지난해 3만1591명, 올해 3만 183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평균 4.8% 증가세를 보였으나 항목별로는 증감 차이가 컸다.

최근 5년 간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약사는 247.4%로 급증하고 종합전문병원에 근무하는

약사는 37.0%, 종합병원 1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원에 근무하는 약사는

21.7% 줄어들었다.

병원 약사의 지역 편차도 두드러졌다. 대한의사협회가 올해 2월 11일 발표한 ‘2007년

보건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약사의 수도권 쏠림 비율은 51.2%나 됐다.

이처럼 병원 약사가 요양병원·대형병원,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의 중소

병원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역경기가 침체돼

여느 지방병원과 마찬가지로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약사를 채용하기 위해 초임을

높게 책정하고 특별수당까지 마련했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약사를 채용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입원 환자가 있는 병원은 약국을 24시간 가동하고 당직과 야간 약사가 근무해야

하지만 지방의 중소병원에서는 약사를 구하기 힘들다보니 야간이나 주말에는 약국을

아예 폐쇄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무자격자가 약을 조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법상 하루 평균 조제 건수가 80~160건이면 약사가 1명 근무해야 하고 여기에

80건씩 추가될 때마다 약사 1명을 더 추가해야 한다.

한국병원약사회 손현아 사무국장은 “현실적으로 이 기준에 맞춰 약사를 채용하는

병원은 수도권의 대형병원에 한정되고 지방의 많은 병원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하루 평균 조제 건수가 80건 미만이면 약사 없이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무자격자가 약을 조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우려했다.

대형병원으로 약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노인 인구 증가와 노인요양보험

시행으로 인한 요양병원 급증, 연봉과 복지 차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약사가

주말과 야간 교대 근무가 원활하거나 야간전담 약사를 둔 병원을 선호하는 것도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이 가속화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오는 2015년까지 서울성모병원 1150병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1000병상

등 대형병원이 병상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어서 약사 편중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현아 사무국장은 “병원약사의 편중 현상을 막으려면 약사 채용 기준을 기존

조제건수에서 환자 수로 바꾸어야 하고 약사를 많이 채용할수록 병원 보험 수가를

가산해주는 차등수가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현재 전국의 약대는 20여 곳인데 이곳의

정원을 늘리거나 약대를 신설해 약사 배출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다”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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