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생리일정, 어떻게 조절할까?

피임약으로 앞당기거나 미룰 수 있어

이달 말 학교 수련회를 가게 될 여고생 A양(18)은 수련회 기간이 생리 예정일과

겹친다는 것을 확인하고 약국을 찾았다. A씨가 ‘생리 늦추는 약’을 달라고 하자

약사가 건넨 약은  피임약. A씨는 “친구들이 생리 늦추는 약이 있다고 해서

약국에 갔는데 그게 피임약인 줄은 몰랐다”며 “사오긴 했지만 학생이 피임약을

먹는다는 것이 어쩐지 민망해 먹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고 했다.

본격적인 휴가철과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생리 예정일과 야외활동이 겹치는 상황을

우려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생리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은 피임약 복용이다.

전문가들은 “피임약은 피임의 기능 외에도 생리 일정을 원하는 날짜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며 “여고생부터 중년여성까지 건강한 여성이라면 피임약을

먹어도 아무런 해가 없으며 휴가철 여성의 고민인 생리일정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복용방법은 생리를 앞당기는 경우와 뒤로 미루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먼저 생리일정을

예정일보다 앞당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예정일 한 달 전부터 매일 한 알씩 20일간 복용하고 일주일간 쉬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생리를 하게 된다. 생리가 끝나면 다시 매일 한 알씩 피임약을 원하는

날짜까지 복용하면 된다. 이 경우에는 피임 효과도 있다.

예를 들면 다음달 8월 15일이 생리 예정일인데 15~18일인 휴가 일정과 겹치기

때문에 미리 하고 싶다면 오늘(10일)부터 30일까지 20일 동안 매일 한 알씩 먹는다.

31일부터 약을 끊으면 8월 2~3일 쯤 생리가 시작되므로 그 주는 복용을 쉬다가 7일부터

원하는 날짜인 18일까지 복용하면 된다.

 

피임약으로 일정 조정 가능해

피임연구회 이임순 회장(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여행으로 시차가 생긴다면 늦게 보다

일찍 먹는 것이 나으므로 하루에 2알을 먹더라도 미리 앞당겨서 먹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정도의 시간 여유가 없다면 예정일을 뒤로 미룰 수 있다. 이 경우에는 5~7일

정도의 시간 여유가 필요하다. 이달 25일이 생리 예정일이라면 늦어도 18~20일부터

원하는 날짜까지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한 알씩 복용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심성신 연구위원(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전문의)은

“휴가를 다녀온 후 복용을 중단하고 2~3일이 지나면 생리가 시작되고 새로운 생리주기가

생긴다”며 “예정일 일주일 전부터 피임약을 복용해 생리를 늦추는 경우에는 피임

효과는 없으니 주의한다”고 말했다.

평소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라면 생리 일정을 조정하는 방법이 더 쉽다. 먹던

피임약을 같은 방식으로 원하는 날짜까지 계속 복용하면 생리가 미뤄진다. 이 경우는

피임 효과가 지속된다.

피임약이 어떻게 생리일정을 늦추거나 앞당길 수 있을까. 그것은 피임약 안에

들어있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여성 호르몬 때문이다. 성숙한 여성은 주기적으로 난자를

만들어내는데, 임신하지 않으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자궁 내막이

헐면서 출혈이 일어난다. 이를 수태성 출혈, 즉 생리라고 한다.

심성신 위원은 “피임약에 들어있는 프로게스테론이 자궁 내막을 안정시키고 헐어서

출혈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며 “약 복용을 중단하면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자궁이

헐고 생리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피임약을 처음 복용한다거나 생리 일정을 조절하는 데 다른 궁금증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전을 받고 복용하면 된다. 심성신 위원은 “먹는 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지만 약 종류마다 성분 종류와 양이 다르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임순 교수는 “예전 피임약에는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어서 여드름 같은 부작용이

있었으나 요즘 피임약은 예전 피임약에 비해 에스트로겐이 20%, 프로게스테론은 10%

정도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오히려 호르몬 불균형, 월경전증후군,

자궁내막염, 난소암 등의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어서 피임 목적 외에도 여러 질환의

치료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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