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2~4주 고비…폐렴 가장 위험”

병원 측 “할머니에 긴급상황 발생해도 손 못써”

국내 첫 존엄사 집행 뒤 28시간이 지난 24일 오후 2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 모 할머니(77)의 현재 상태에 대해 “정상 호흡을 하며 여러

생명 지표들도 정상”이라고 밝혔다.

주치의인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는 할머니가 현재 상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지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뗀 뒤 얼마 만에 숨지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3시간 이내가

표준으로 여겨지며 드물게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더 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객관적 의학 기준에 따른다면 앞으로 2~4주가 고비가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현상태 유지는 하지만 ‘호흡 관련’ 비상조치 못해”

병원 측은 현재 김 할머니에게 음식물과 수액, 소화제 등을 투여하고 있으며 가래가

생겨 기도를 막지 않도록 가래 제거도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할머니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조치들이며 대법원이 금지한 ‘생명연장 치료’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법원이 ‘김 할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라’고 판결했기 때문에 호흡과

관련된 긴급 상황이 발생해 사망 임박 단계에 이르러도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는 물론

심폐소생술 같은 의학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이런 사정에 따라 의료진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폐렴 발생이다. 1975년

미국에서 존엄사 관련으로 크게 화제가 됐던 21세 여성 퀸란의 경우도 인공호흡기를

뗀 뒤 9년 남짓 스스로 호흡하며 생존했지만 결국 폐렴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은 “가래가 늘어난다면 가래를 줄이는 약을 투약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숨길이 막히지 않도록 유지해 주고 폐렴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폐렴이 발생하면 항생제 투약 같은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흡기 뗀뒤 상태좋아진 이유 “몸 적응했기 때문”

인공호흡기를 달았을 때보다 할머니 상태가 더 좋아진 이유에 대해 박무석 교수는

“처음 뇌부종이 굉장히 심해 쇼크 상태였지만 지난 1년 4개월 동안 환자의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한 것”이라며 “할머니의 뇌간 기능이 살아 있어 자발호흡이 오히려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할머니의 상태는 대뇌 인지 기능은 없지만 호흡 중추가 살아 있는 식물인간

상태로 여겨진다. 가끔 자극에 의해 몸을 움츠리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박창일 연세대의료원장은 “1년 4개월 동안 환자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가래 제거가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비상 상태나 마찬가지며

언제 가래가 나와 폐렴으로 발전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공호흡기 계속 부착했던 이유 있었다”

예상보다 오래 자발호흡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사망 임박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병원 측은 “그렇게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뇌사 상태라든가

폐, 콩팥 같은 장기에 이상이 있으면 사망 임박 단계로 판단할 수 있지만 김 할머니에게는

이런 신체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과 관련해 ‘보다 일찍 호흡기를 떼도

되지 않았나’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인공호흡기의 작동 횟수를

줄이면서 할머니가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지를 여러 번 점검했지만 인공호흡기 작동

횟수를 줄일 때마다 5분을 못 넘기고 경고음이 울려 인공호흡기를 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이 환자를 집으로 데려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료진은 “환자에게 지금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가래가 나와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집에서도

이런 예방 조치를 잘 할 수 있다면 모셔가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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