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까운건 침팬지 아닌 오랑우탄”

화석으로 볼 때 오랑우탄이 인간과 가장 많은 공통점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은 침팬지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 가설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면서 “인간의 사촌은 침팬지·고릴라가 아니라 오랑우탄”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나와 학계를 달구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제프리 슈워츠 교수와 버팔로 과학박물관 존 그레한 이사

연구 팀은 “화석 증거를 토대로 볼 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우랑우탄”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DNA 분석을 통해 침팬지가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기존 정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선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 나타나는 수백 가지 신체 특징을 수집한

뒤 이 가운데 사람,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에만 나타나는 특징 63가지를 추려냈다.

이 63가지 특징 중 사람은 오랑우탄과 28가지를 공유해 유사점이 가장 많았다.

사람과 침팬지가 비슷한 점은 단 2가지, 고릴라와는 7가지에 불과했다. 침팬지와

고릴라는 11가지 특성을 공유해 서로 아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결국 사람과 오랑우탄이 한 그룹으로 묶이고 침팬지와 고릴라가 한 그룹으로

묶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한 화석도 비교했다. 인간의 선조로 여겨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화석 인간들, 그리고 유인원의 선조로 여겨지는 화석에 나타나는 특징을 현대 인간의

몸과 비교해 독특한 특징 56가지를 뽑아냈다. 이 56가지 특징 중에서 오랑우탄·고대인간·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공유하는 것은 8가지였다. 오랑우탄·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공유하는 것도 7가지였다.

“인간-오랑우탄이 한 그룹이고, 침팬지-고릴라는 다른 그룹”

이러한 조사치를 근거로 이들 연구진은 인간, 오랑우탄, 고대 인간을 ‘덴탈 호미노이드(dental

hominoids)’라는 새로운 그룹으로 분류하고, 침팬지와 고릴라는 ‘아프리카 유인원(African

apes)’이라는 별도 그룹으로 인간과 분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덴탈 호미노이드라는

이름은 인간, 오랑우탄, 고대 인간이 모두 두꺼운 치아 법랑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인류의 조상이 처음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럽으로 간 뒤 유럽에서 다시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갈라져 들어갔다’는 기존 학설에 대해서도 “너무 복잡하고

짜 맞춰졌으며 형태학적, 생체지리학적 증거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람·오랑우탄의 조상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잇는 우림을

통해 1200~1300만 년 이전에 퍼져나갔으며, 히말라야산맥이 생기는 등의 지구 환경

변화로 각자 고립되면서 지금은 동남아시아에만 오랑우탄이 남아 있다’는 자신들의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분자생물학자와 형태학자 사이의 일대 논쟁 예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영국의 원로 고생물인류학자 피터 앤드류스 박사는 “그들은

충분한 행태학적 증거를 갖고 새 학설을 주장했으므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분자생물학자들과 형태학자 사이에 새로운 논쟁이 일어나겠지만 논쟁은 건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분자생물학자들이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인간과 침팬지가 가장 가깝다는 주장을

정설로 만들어 놨지만 슈워츠와 그레한 두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분자생물학적으로

가깝다고 반드시 진화적 연관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실제로

그간 유전자 분석에서는 사람과 멀리 떨어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물이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었다.

두 교수의 논문은 ‘생물지리학 저널(Journal of Biogeography)’ 최신호에 실렸으며,

미국 온라인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8일 보도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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