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사람처럼 보고 배운다

다른 물고기 행동 보고 자기 행동 수정하는 능력 보여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뇌를 가진 물고기도 사람처럼 다른 개체의

움직임을 관찰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더럼 대학 제레미 켄달 교수 팀은 유럽에 널리 퍼진 물고기의 한 종류인

큰가시고기 270마리를 상대로 다양한 실험을 함으로써 이들이 ‘언덕 올라가기’라고

불리는 사회적 배움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측정했다. 언덕 올라가기는 원래 컴퓨터

과학에서 쓰인 말로 다양한 해결방법들을 하나씩 해보면서 그 결과를 관찰하고 조금씩

개선해 최종적으로 가장 좋은 해결책을 내놓는 방법을 말한다.

그간 언덕 올라가기 방식으로 배우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큰가시고기도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큰가시고기는 이름과는 달리 크기가 작기

때문에 함부로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는 다른 물고기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들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안전한 장소에서 보면서 좋은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능력을 진화적으로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들 물고기들을 몇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다, 우선 어항 양쪽에 두

개의 모이 통을 놓고 통 속에 든 벌레의 양을 다르게 했다. 오른쪽 통에 더 벌레가

많은 식이었다. A그룹의 물고기들은 자유롭게 수조를 오락가락하며 오른쪽 통이 더

풍족함을 경험했다. 연구진은 A그룹의 물고기들을 수조에서 빼낸 뒤 B그룹 물고기들을

수조에 넣었다. 단 이때 먹이 통의 내용을 바꿔 이번에는 왼쪽 먹이통에 더 많은

벌레를 넣어 줬다. A그룹 물고기들은 옆 어항에서 B그룹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자기가 배운 바와는 달리 왼쪽 먹이통으로 동료들이 몰려가는 것을 지켜본 A그룹

물고기들 중 75%는 다시 수조에 넣어졌을 때 자기가 원래 기억했던 오른쪽 먹이 통으로

가지 않고 바로 왼쪽 먹이 통으로 가 ‘다른 그룹의 행동 내용’을 눈여겨봐 숙지했음을

보여 줬다.

이런 특징에 대해 켄달 교수는 “사회적 학습을 하는 데 사람만큼 큰 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이번 실험을 통해 큰가시고기 역시 사회적 학습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가시고기는 아무 큰가시고기나 떠라 하는

게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 배울만하다고 판단되는 큰가시고기를 따라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회적 학습 능력이 이 물고기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동물에도 해당되는지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행동 생태학(Behavioral Ecology)’ 최신호에 소개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17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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