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지문은 마찰 줄인다” 새 주장

굴곡 따라 손과 물체의 접촉면 줄어들고 마찰도 줄어

손가락에 지문이 있는 이유는 미끄럼을 방지해 무언가를 더 단단히 붙잡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여태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해 보니 지문은 오히려

물체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3분의 1 정도나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생체역학자 롤랜드 에노스 교수와 피터 워만 교수 팀은 물체와

접촉할 때 지문이 없는 것처럼 나타나게 하는 특수 장치를 개발해 플라스틱 투명판과

손 사이의 마찰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지문은 그 굴곡으로 물건과 손이 닿는 면적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마찰력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노스 교수는 “지문과 지문 사이에 골짜기가 있기 때문에 물체와의 접촉면이

적어지면서 마찰력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마찰력은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손에 지문이 없다면 물체와의 접촉면이 더 넓어지고 마찰력도 커진다는 결론이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문의 역할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한 프랑스 연구진은 지문의 역할이 촉감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문이 배수로 역할을 해 손의 물기를 빨리 빠져나가게 한다는 것도

있다. 또한 지문이 손이나 발바닥에 대한 충격을 줄여줘 거친 물체를 잡아도 손이나

발에 상처가 잘 안 나도록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리네트 조네스 박사는 “지문이 마찰력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흥미로운 연구”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은 평소 사람 손이

촉감을 느낄 정도의 세기로만 실험했을 뿐 더 강한 힘이 주어지는 마찰력은 실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연구는 로봇 손, 또는 장애인을 위한 인공

손 개발에 중요하다. 사람 손처럼 물건을 만지고 잡으며 감각도 느끼게 하려면 지문의

신비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실험 생물학 저널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 판이 최근 보도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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