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언제부터 ‘쥐둘기’ 됐나

병균 옮기고 똥은 문화재 망가뜨려…진짜 원인은 너무 많기 때문

쥐둘기,

닭둘기….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낮춰 부르는 말들이다. 이런 비칭들이 나타나더니

급기야 환경부는 5월31일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6월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으면 비둘기를 포획할 수 있도록 했다. 평화의 상징이 이제 쥐 같은 박멸

대상 명단에 오른 것이다.

환경부는 비둘기를 유해 동물로 지정한 이유를 “강한 산성 배설물로 건축물을

부식시키고 흩날리는 깃털로 시민 생활에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한 비둘기가 세균과 곰팡이를 옮긴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국의 비둘기 숫자는 현재

1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핵-곰팡이병 옮긴다?

대한조류협회 송순창 회장은 “비둘기는 폐결핵 균과 아토피를 옮기는 숙주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후진국 병이라 불리는 폐결핵이 국내에서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결핵 환자가 뱉은 가래나 배설물이 비둘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확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비둘기에서 사람으로 결핵이

전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비둘기에 기생하는 곰팡이 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는 “비둘기의 배설물에는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이하 크립토코쿠스) 곰팡이

균이 있는데, 이 곰팡이는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사람들에게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균이 인체에 들어오면 폐질환이나 뇌수막염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비둘기 배설물에 있는 크립토코쿠스 균은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에이즈 환자, 항암치료 환자, 장기이식 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만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도 있다. 건양대 의대 세포생물학교실 지희윤 교수 팀은 2003년 비둘기

배설물의 유해성을 조사한 결과, 배설물에서 나온 크립토코쿠스 균은 사람에게 폐질환과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지 교수는 “비둘기 배설물이 마르면 그 속의

크립토코쿠스 균 포자가 형성돼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 뇌수막염이나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비둘기 배설물 역시 또 다른 원인이다. 비둘기 똥의 강한 산성이 문화재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역사적 유물이 많은 도시에서는 비둘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진짜 문제는 너무 많기 때문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비둘기가 해로운 동물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적절한 숫자만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람들이 보호하다 보니 너무 개체가 많아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조류협회 송 회장은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이라고 해도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돼 있다”며 “비둘기 개체 수가 늘어난 데는 사람들의

‘정’과 함께 지구 온난화로 겨울에도 번식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환경부가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며

“그러나 비둘기를 어떻게 처단할지에 대해서는 방법 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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