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라기시대 ‘동물 서로돕기’ 확인

호박 속에 보존된 흰개미 배에서 공생 원생동물 발견

서울의 고궁에 가 보면 ‘흰개미 방제 처리 중’이라는 팻말을 볼 수 있다.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터마이트)를 죽이기 위해 지표면 아래에 약품 처리를 했다는 표시다.

이 흰개미는 목조건물의 나무를 갉아먹기 때문에 오래된 건물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인간의 적이지만, 사는 방식은 경이적이다. 지구상에 널린 죽은 나무를 먹이로 하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흰개미는 죽은 나무를 씹기만 할 뿐 소화시킬 수는 없다. 나무를 분해해

영양성분을 끄집어내는 것은 흰개미 뱃속에 있는 원생동물이다. 원생동물은 세포

하나로 구성된 원시적 동물이다. 흰개미 뱃속에 들어 있는 원생동물은 오직 흰개미

안에서만 살 수 있을 뿐 흰개미 몸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 버린다. 흰개미 역시

이 원생동물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

흰개미와 원생동물이 언제부터 이런 공생 관계를 맺어 왔는지는 그간 분명하지

않았지만 1억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호박 속에서 거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존된

흰개미가 발견되고 이 흰개미의 뱃속에서 원생동물이 발견되면서 이들의 ‘서로 돕기’가

최소한 1억년 이상 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오레곤대학 동물학과의 조지 포이나르 교수는 미얀마에서 발견한 1억년 전

호박 속에서 흰개미의 이런 공생 관계를 확인했다고 학술지 ‘기생동물과 독충(Parasites

& Vector)’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흰개미는 미얀마에서 채굴된 호박 속에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굳어 있다. 호박은 나무 수액에 굳어 만들어진 광물이다.

포이나르 교수는 “이 흰개미는 짝짓기를 하던 중 새에게 잡혀 배가 터진 채 나무의

진액 속으로 떨어졌으며, 나무 진액이 호박으로 굳으면서 1억년 전 모습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 흰개미가 살던 1억년 전은 공룡들이 살던 시기며,

호박 속에 원형 그대로 보관된 유전자를 복원해 공룡을 살려낸다는 허구는 영화 ‘주라기

공원’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흰개미의 소화관 속에서 원생동물이 죽지 않고 살고 또한 원생동물의 배설물이

흰개미에게 독소로 작용하지 않는 공생관계를 이루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겠지만,

일단 성공적 공생관계가 이뤄진 뒤 흰개미는 전적으로 죽은 나무만을 먹이로 하는

진화를 이뤘으며, 이런 관계가 최소한 1억년 이상 계속됐음을 이 호박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소화시키는 독특한 능력으로 흰개미는 전세계에서 분포 지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재 확인된 흰개미 종류만도 2300가지가 넘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통신사

UPI 등이 16일 보도했다.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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