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참석한 가운데 존엄사 공개변론

존엄사 논쟁, 이제 대법원 판결만 남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30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김 모(77·여) 씨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 치료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 상고심의 공개변론을 들었다.

김 씨 측과 병원 측 변호인들은 공개변론에서 환자(김 씨)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 즉 존엄사를 인정해 주어야 하느냐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김 씨 측과 병원 측에서 각각 내세운 석희태 경기대 법대 교수와 이석배 단국대

법대 교수가 참고인으로 참석해 존엄사에 관한 법률적 견해를 밝혔다. 또 양측 참고인으로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와 고신옥 연세대 의대 교수가 나와 환자의 여명(남은 수명) 등 의학적 쟁점에

대해 진술했다.

대법원장과 김 대법관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계약 관계, 환자가 치료중단을

요구하는 자기 결정권의 법리적 근거 등에 대해 양측 변호인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심리는 보통 서면으로 이루어지지만 이번 사건 재판에서는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이 있었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이 합의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구성했다.

선고도 일반 사건과는 달리 서둘러 5월 21일에 있을 예정이다.

이 사건은 작년 2월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출혈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된 김 씨의 자녀들이 “평소 어머니가 존엄한 죽음을 원했다”면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낸 소송이다.

1심과 2심은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사법사상 최초로 내렸다. 병원 측은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에 대해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핵심 쟁점 놓고 열띤 공방

공개변론에서 부각된 쟁점은 현재 환자의 상태와 환자의 추정적 의사 등 크게

두 가지다.

병원 측은 "가족의 진술만으로 당사자인 김 씨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추정하면 가족의 의사가 김 씨 본인의 견해인 것으로 대치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원심이 가족의 말에 지나치게 의지해 김 씨의 입장을 추정했다"고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병원 측은 또 “주치의가 김 씨의 기대 여명이 상당히 남은 것으로 보고 있음에도

원심 재판부는 회복 불가능한 죽음의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불가역적인

죽음의 과정에 진입했는지 판정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나선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이 ‘의미 없는 생명

연장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말라. 인공호흡기는 안 된다’고 구두로 의사 표시한

것을 의료진이 수용한 점을 들면서 “김 씨도 사전에 명시적으로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냈다.

▽ 현재 환자의 상태

현재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고 측에서는

김 할머니는 앞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며, 뇌사에 90% 가깝기 때문에 기계에 의존해

호흡을 하고 있는 현 상황이 무의미하다고 본다.

반대로 피고 측은 환자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혈압 유지약 등

다른 약물을 투약하지 않은 채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대 여명이 상당부분

인정되며, 이를 죽음에 임박한 단계로 보는 시각에는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 환자의 추정적 의사

원고 측은 평소 환자가 거듭 해왔던 말들을 참고했을 때 충분히 환자가 품위 있게

죽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 변론을 맡은 신현호, 백경희 변호사는

“환자가 누차 가족들에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자신이 불가역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회복의 가망도 없는데 의료기기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극구 부정해 왔다”고

밝혔다.

피고 측 입장은 조금 다르다. 가족의 추상적인 설명을 근거로 환자의 의사를 판단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환자에게서 다발성 골수종이 의심됐을 때 골수 검사를

받지 않았던 적도 있기 때문에 주 질환이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되고, 따라서 회복

가능성 여부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피고 측 변론을 맡은 박형욱 변호사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의 일반적인

요건과 절차를 이번에 대법원에서 판례로 제시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 기준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엄격하게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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