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불편한 사람-환자 위해 연주”

병원에서 무료 연주하는 시각장애 바이올린니스트 김종훈 씨

“수술실로 실려 가고 있을 때 무척 무서웠는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음악이 저 같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김종훈(41) 씨. 그는 선천성 녹내장으로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는 매달 초면 분당 서울대병원이나 서울 한양대병원 1층 로비에서 무료

연주회를 연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거르지 않고 지켜온 그만의 무대다.

피아노를 맡은 듀오 정보미(40) 씨도 신장 이식을 두 번이나 받고 회복 중인 환자다.

교회에서 만나 뜻을 함께 했다.

그 동안 받아온 눈 수술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수술을 받아 와서…”라고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수술실을 드나든 그이기에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너무 잘 알고, 그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한양대와 숭실대에서 음대 강의를 하고, ‘장애인 소리 예술단’과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 챔버 오케스트라’ 악장까지 맡고 있는 그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병원 연주를 더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독일 유학 중 만난 여섯 살 연하의 부인과 네 살, 열두 살 두 아들을

둔 행복한 가장이다. 그러나 20년 전의 그는 방황하던 장애인 청년이었고, 한 차례

자살 시도까지 했다.

“다시 살아나니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다른 장애우를 만나면 한번

살아 보라고 권합니다.”

그의 삶은 독일 베를린국립음대 유학으로 전환점을 맞는다. 독일에서 그는 음악과

신앙, 부인까지 여러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난생 처음 가는 곳이라도 지팡이 하나 들고 찾아간다.

길을 잃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장애인 편의 시설이 요즘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단,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좀 더 열렸으면 좋겠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장애인을 돕는다고 무조건 끌고 가기 보다는 우선 장애인이 도움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 물어봐 주는 풍토가 우리도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고 싶어 한다. 장애와 절망에 빠진 사람이 붙들기에는

그처럼 장애와 절망을 거쳐 온 사람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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