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기증자 신원 굳이 밝혀야 하나?

현행법 어긴 보도에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21일 일부 언론에서 ‘현역 군인이 얼굴도 모르는 백혈병 환자에게 자신의 골수를

기증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가자 공여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언론사는 21일 ‘육군 OO사단에서 복무 중인 한 군인이 21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생면부지의 소년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 주기 위해 골수

제공 수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장기 또는 조직 공여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도록 한 현행법의

취지를 헤아리지 않은 성급한 보도라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골수를 비롯한 조직

및 장기 이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공여자의 신원을 공개해서라도 이식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한 보도 이후 장기 이식이

늘어난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살아 있는

사람과 숨진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A언론은 ‘이 군인은 대학교 1학년 때인 2007년 골수기증 모집 홍보 포스터를

보고 기증을 결심했고 지난해 11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기증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아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환자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100%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은 후 혈액을 공여했다. 혈액을 이식 받은 환자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공여자(혈액 기증자)나 수혜자(백혈병 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는 장기나 조직을 누가 제공했는지

어떤 환자에게 이식이 됐는지 본인들조차 알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관계자는 “공여자와 수혜자가 서로의 신상에 대해 알

수 없게 한다”며 “수술도 같은 병원에서 하지 못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순수한 마음에서 기증을 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금전적인 요구를 한다거나 또는

거부반응이 생겨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질 경우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골수기증운동본부도 공여자나 기증자의 신원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며, 현행법상으로도 공여와 기증이 같은 병원에서 이뤄질 수 없다. 다만

환자가 완치된 뒤 공여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원할 경우에 한해 공여자의 신상을

알려 줄 수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공여자의 신상을 공개한 보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골수 기증은 늘어나야 하지만 잘못된 언론 보도로 자칫 ‘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교수는 “기증자의 신상이 계속 공개되면 세계골수기증운동본부가 한국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군인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자신의 골수를 기증했고 이 병원에서

생면부지의 백혈병 소년에게 이식됐다. 그러나 이 병원의 관계자는 “21일 골수를

기증한 사람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 “골수를 받는 사람은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아니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등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김동욱 교수는 “어휘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식 수술 뒤 3개월 정도까지는 거부반응이 없어야 하고

2년 정도 재발이 없어야 완치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혈병 환자를 위한 골수기증에서 거부 반응이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확률은

통상 2년 정도 지날 때까지 70% 정도지만 그 이후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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