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몸이 태아 ‘적’으로 알면 자폐증 발병

항체 단백질이 배냇아기 뇌 공격

임신부의 몸이 태아의 뇌를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식하는 것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면역반응이 일어나 생긴 항체가 배냇아기의 뇌를 공격한다는

것.

미국 존스홉킨스 어린이병원 하비 싱어 박사 팀은 자폐증 환자의 어머니에게서

발견한 특정 한 항체를 새끼를 밴 쥐에 주사하고 태어난 새끼쥐의 성장과정을 살폈다.

연구진은 쥐가 성장 시기에 따라 청년기(생후 4~6주)와 성인기(생후 4~6개월)로 분류해

신경행동 장애 테스트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2008년 자폐아의 엄마는 태아의 뇌 조직 및 단백질에 반응하는 항체를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훨씬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항체가 자폐증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들은 이번에 이 특정한 항체를 투여한 어미쥐와

그렇지 않은 어미쥐의 새끼들이 나중에 자폐증 행동유형을 보이는지 비교 관찰해서

인과관계를 입증했다.

그 결과 자폐아를 임신한 임부의 항체를 투여 받은 쥐의 새끼는 미로 안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초조해했으며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지나치게 활동적이며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또 큰 소음에 더 쉽게 놀라고 덜 사회적이었으며 빈 공간을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자폐증을 앓는 환자의 증상과 엇비슷했다.

쥐가 성장할수록 이러한 행동 장애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관찰되기도 했다. 사람의

자폐증 또한 나이가 들면서 더욱 발달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산모의 항체에 대한

쥐와 사람의 자폐증 증상은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모든 그룹에 속한 쥐의 뇌 조직을 비교한 결과 자폐아 엄마의 항체를 주사 받은

쥐의 뇌 조직에서 소교세포(염증이 생기는 동안 활성화되는 중추신경계의 면역세포)가

더 많이 관찰됐다.

이 연구는 태아의 DNA 일부가 낯설다 하더라도 산모가 가진 면역체계는 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산모의 면역체계는 완벽하지 않으며, 태아 때문에 생긴 항체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 항체가 태아의

뇌에 염증을 일으키며 태아 신경의 단계적 변화를 이끌어 결국 신경발달 장애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제 항체가 만들어내는 물질의 정체를 캐내어 태아의 뇌 단백질과 연결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산모 항체에의

태아 노출은 자폐증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싱어 박사는 “자폐증은

유전자, 신진대사, 환경 등 여러 요인들이 누적되어 생기는 복잡한 장애”라며 “이러한

여러 요인 중 하나를 발견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폐증의 90%는

발병 요인이 모호하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면역학 저널(Journal of Neuroimmunology)’ 4월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과학 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와 미국 온라인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17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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