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 걸렀다면 WBC 결승 이겼을까?

MLB 야구 시뮬레이션 결과로 보는 ‘작전의 진실’

야구 경기에서 사용되는 여러 작전들, 즉 고의사구, 희생번트, 도루 등은 정말

승리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실제로는 승리에 방해만 끼치는 것 아닐까?

이런 질문에 답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가 최근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 미국

스포츠방송 ESPN 등에 보도됐다. 이들은 미국 프로야구팀 사이의 경기를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마인드’ 게임을 통해 고의사구, 희생번트 등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점검해 봤다. 다음은 시뮬레이션 결과다.

▽고의 사구

지난 제2회 월드클래식 베이스볼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의 임창용 투수가 일본의

강타자 스즈키 이치로를 고의사구로 내보내지 않아 결국 연장 10회에 졌다는 분석이

일부 나왔었다. 과연 그때 이치로를 고의사구(타자가 치지 못하도록 일부로 볼넷을

던지는 것)로 내보냈다면 한국 팀은 승리할 수 있었을까?

다이아몬드 마인드를 통해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미국 프로야구 팀들이 고의

사구를 남발하면 시즌 당 5점을 더 상대 팀에게 내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점수는

크지 않지만 고의 사구는 ‘손해 보는 작전’이란 것이 컴퓨터의 판단이다.

▽도루

1루에 있던 주자가 빈틈을 노려 냅다 2루로 달려가는 도루는 성공하면 상대 팀을

뒤흔들 수 있지만, 실패하면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된다. 다이아몬드 마인드

게임을 소유한 이매진 스포츠 사의 루크 크레이머는 각 팀별로 도루를 자주 또는

드물게 시도하도록 시뮬레이션 해 그 결과를 봤다.

2008년 시즌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시킨 탬파베이 레이스 팀이 도루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시뮬레이션 하니 시즌 당 점수를 47점이나 더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5년 시즌에서 도루를 거의 성공시키지 못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적극적으로

도루를 하도록 시뮬레이션 하니 시즌 당 20점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왔다.

도루란 손해 보기 십상이며, 따라서 발 빠른 선수가 많더라도 도루를 자제하라는

것이 컴퓨터의 조언이었다.

▽희생 번트

제2회 월드클래식 베이스볼 대회에서 ‘이치로도 필요하면 희생번트를 한다’고

화제가 됐었지만, 1루에 있는 주자가 2루에 갈 수 있도록 타자가 공을 살짝 건드리기만

하고 자신은 희생되는 번트는 옳은 작전일까.

희생번트를 잘 못한 팀(2005년 시즌 보스톤 레드삭스)에게 적극적으로 희생번트를

시켰더니 시즌 당 19점이나 더 점수를 잃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희생번트를

잘 한 팀(2008년 뉴욕 메츠)에게 희생번트를 삼가도록 시뮬레이션 시키니 이 또한

시즌 당 15점을 손해 봤다.

결론은? 희생번트는 감독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하면 도움이 되지만 어설프게

하면 손해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 다이아몬드 마인드의 마음이다.

MLB 팀들, 시뮬레이션 전문가 고용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는 실제로 메이저 리그 팀들에 적극 활용된다. 80년대에

초창기 다이아몬드 마인드를 프로그래밍 한 탐 티펫이 몇 년 전 보스톤 레드삭스에

고용된 것이 좋은 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상황으로

게임을 보고자 할 때, 또는 선수를 교환할 때 다이아몬드 마인드 같은 프로그램을

돌려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이다.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의

열기, 공을 꼭 치고자 하는 타자의 투지 등은 아무리 다이아몬드 마인드라고 알 수가

없다. 그래서 25년 전 미국의 한 야구 만화는 이런 장면을 그렸다. 한 감독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한다. “걔(컴퓨터)가 비난도 대신 받아준데?”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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