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맛은 수돗물이 최고?

‘물의 날’ 맞아 보는 물맛의 기준

오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이 날은 비위생적인 식수로 고통 받는

사람을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1992년 제정됐다. ‘비위생적인

식수’라면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을 떠올리고 수돗물을 먹으면 큰 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난해 물의 날에 재미있는 테스트를 했다. 물컵에 물을 세 잔

내놓고 모두 마신 뒤 가장 맛있는 물을 고르라고 시킨 것이다. 물의 종류는 미리

가르쳐 주지 않았다. 테스트에는 모두 1249명이 참여했는데 결과는 흥미롭게도 수돗물을

‘제일 맛있다’고 고른 사람이 50.2%로 가장 많았다. 물의 정체를 알게 된 참여자들은

놀라움 반, 찝찝함 반으로 자리를 떴다고 한다.

수돗물을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맛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냉장고에서 꺼내 마개를

따 마시는 생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물맛 테스트에 참가한 1249명의 입맛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물맛의 비밀은 물의 온도와 무기질 농도에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도 적절하게

온도를 맞추고 냉장고에 일정 기간 둬 용존산소량을 늘리면 생수 뺨치는 맛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싸고 무기질이 많은 물이 맛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비싼 물일수록 맛도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는 증거는 많다.

시판되는 생수에는 제품마다 다르게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불소 등 무기질이

들어 있고 이 무기물질은 저마다 다른 맛을 낸다. 예를 들어 칼슘이 많이 들어간

물은 단맛이 나고 마그네슘이 많은 물은 쌉쌀한 맛이 난다. 탄산이 포함된 탄산수는

콜라나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을 내고 철분이 많으면 철비린내가 난다.

연세대 원주의대 생화학교실 김현원 교수는 “맛있는 물에 대한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미네랄이 무조건 많이 들어있는 것보다 적절한 비율로 들어있을

때 가장 맛이 좋다”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물맛은 칼슘과 마그네슘이 2대 1 정도

비율로 들어가고 희귀 무기물질인 게르마늄, 셀레늄이 조금씩 들어간 물”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의 경우 칼슘과 마그네슘의 비율이 5대 1 정도로

한국인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김현원 교수의 설명이다.

물 속의 무기질 양과 맛의 관계는 물의 경도(硬度)로도 표현된다. 물 속의 칼륨과

마그네슘 등 함유량을 기준으로 경도가 50ppm(mg/L) 아래면 ‘단물’, 100ppm 이상이면

‘센물’이라고 하는데, 단물의 맛이 더 좋다. 경도는 생수병 뒷면에 미네랄 함량

표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먹는물연구과 김현구 연구사는 “먹는 물의 수질 기준은 경도가

300ppm 이하고 비싼 물일수록 경도가 높다고 광고한다”며 “하지만 경도 100ppm

이상의 물은 텁텁한 맛이 나며 50ppm 이하 단물의 맛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네랄 중 불소의 함량이 2ppm 이상이면 치아 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하는 반상치가 될 위험이 있으므로 불소의 함량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맛의 진정한 기준은 온도가 결정한다

수돗물의 무기물질 함량은 생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수돗물을

바로 수도꼭지에서 받아 마시면 절대로 “맛 좋다”라는 느낌을 가지기 힘든 것일까.

이는 소독을 위해 넣은 염소 특유의 냄새, 그리고 미지근한 온도 때문이다.

생수는 통상 물맛을 좋게 하기 위해 염소 소독을 하지 않고 자외선 살균 과정만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는 수돗물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앞의 물맛 테스트에서 수돗물이 최고 점수를 받은 이유도 수돗물을 받아 일정

시간 냉장고에서 식혀 최적 온도로 맞추었고, 그새 염소 냄새가 빠져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김현구 연구사는 “수돗물 맛이 특별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성분이 비슷하다면

물의 온도가 맛에 큰 영향을 준다”며 “섭씨 5~10도 정도로 냉장 보관한 물이 가장

청량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 온도 이하로 더 물을 차갑게 해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김현원 교수는

“찬물이 몸 속에 들어가면 내장을 차게 만들어 몸이 긴장하고, 활성산소가 많이

생성돼 건강에 해롭다”며 “소화기관을 생각한다면 상온의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좋지만 미지근한 물은 맛이 없으므로 적당히 차갑게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흔히 물을 끓이면 물 고유한 맛과 성분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물을 끓인 직후에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가 줄어들어 맛이 떨어진다.

그러나 끓인 물을 냉장고에 일정 시간 보존해 식히면 용존산소량이 다시 증가하고

물맛도 좋아진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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