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우울증’ 20대 자살로 내몬다

“가족 볼 면목 없어” 자살상담 급증세

작년 하반기 불어 닥친 경제난 여파가 20대를 ‘취업 우울증’에 빠뜨리면서 20대의

자살 상담 역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포털 코메디닷컴(www.kormedi.com)의 요청에 따라 자살 상담 내역을 분석한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연령대별 상담 건수는 20대가

197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1908건), 40대(1330건), 10대(819건) 순이었다.

 

 

이 센터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전만 해도 상담자 중 30대가 가장 많았으나 10월을

기점으로 20대 상담자 숫자가 30대를 넘어섰다.

20대의 자살 상담이 증가한 데는 구직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

구인,구직 포털이 지난 2월 대학생 621명을 대상으로 자살 충동 경험을 설문 조사한

결과, ‘자살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대학생이 60%에 달했으며, 이유는 취업난(20%)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성적/학점(19%), 이성 문제(14%), 금전 문제(14%) 등이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대 사망자의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의 비중은 38.6%로,

2위인 교통사고(19%)의 두 배나 됐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 증가율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자살 전주곡’ 우울증… 치료와 가족지지 절실

이렇게 20대의 자살 상담과 실제 자살 사례가 늘고 있지만 예방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2005~08년 자살 상담 조사 결과, 20대 자살상담자

782명 중 66.2%인 518명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시도 횟수는 응답자

382명 중 한번 시도한 경우가 54.5%로 가장 많았고, 2회 시도한 사람도 29.3%나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한번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은 재차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자살 기도자들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자살예방센터, 한국생명의전화, 한국자살예방협회 등은 전화 상담과

온라인 상담으로 자살 시도를 막고 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자살 기도자의 소재가 파악되면 응급 입원을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입원을 시킬 수 있는 최대 시간이 48시간이라 제한된 시간 내에 부모를

찾아야 하고, 설사 부모와 연락이 돼도 부모가 외면하는 경우도 많아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자살 기도자들에 대한 정신과의 진료 거부율 또한 높은 편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장창민 과장은 “현재의 자살예방 대책은 자살 기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살을 시도하기 전 주거 등을 정리하고 돈도

다 써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자살 시도를 막아 놓은 뒤에도 임시 거처나 경제

자립을 도와 줘야 하는데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자살자 중 60~70%는 우울증 때문에, 20~30%는

정신분열병 때문에, 나머지 10%는 병적인 상태와 상관없는 충동적 원인으로 자살한다”며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상태이므로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취업 우울증을 겪는 20대의

경우 가족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가족들이 경제적, 심리적

압박을 주지 않고 기다려 주는 등 정신적으로 지지해 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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