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잘자란 진드기, 대청소로 몰아내야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기 병 유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이 모(26,여)씨는 겨울철만 지나면 팔 다리를 긁적거리고

재채기가 잦아지기 일쑤다. 추위 때문에 이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 집안 청소와 빨래를

뒷전으로 미루던 이씨는 최근 급기야 팔 다리에 빨간 물집이 생기는 등 피부 질환까지

생겼다. 벌레가 물어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처럼 아직 바깥 날씨는 추운데 엉뚱하게도 해충 피해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해충 방제 전문가들은 “해충 피해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기 좋으면, 진드기도 좋다

긴 겨울이 끝나는 초봄에 해충 피해가 심한 집은 겨우내 난방과 가습기로 ‘살기

좋은’ 환경을 누린 곳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은 사람을 숙주로

삼는 해충에게도 좋은 환경인 까닭이다.

특히 이런 해충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집먼지진드기. 천식, 비염, 피부 가려움증,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집먼지진드기는 다리가 네 쌍인 해충으로, 신문 활자 마침표의 절반 정도인 0.1~0.5mm

크기여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수명은 약 3~4개월. 사람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

때, 비듬 등을 먹으며, 주로 침대의 매트리스, 이불, 베개, 담요와 소파, 카펫, 옷

등에 서식한다.

아토피연구회에 따르면 국내 집안 먼지 1g 당 집먼지진드기의 평균 개체 숫자는

헝겊소파에서 403마리, 카펫 317마리, 담요 298마리 정도다.

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최적 조건은 온도 25~30℃, 습도 75~80%다.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용태순 교수는 “예전에는 날씨에 따라 진드기가 줄거나 늘거나

했지만, 요즘은 아파트라는 난방 잘되고, 통풍 잘 안 되는 공간에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집먼지진드기가 거의 죽지 않고 잘 번식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최재욱 교수도 “특히 겨울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창문을

꼭꼭 닫아 놓은 집일수록 진드기 서식에 좋다”며 “빨래를 잘 안하고 이불을 말리지

않으면 진드기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드기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

집먼지진드기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이유는 집먼지진드기의 배설물, 사체,

알, 유충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항원)이 많기 때문이다. 집먼지진드기는 하루에

약 20개, 평생 동안 약 2000개의 특이 단백질 덩어리인 똥을 배설한다. 또 집먼지진드기가

죽으면 작은 가루로 부서져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코로 들어오거나 눈과 피부에 접촉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

집먼지진드기와의 전쟁은 간단한 싸움이 아니다. 진드기를 죽이기 위한 스팀 청소기,

살충제, 분사식 알레르기 중화제 등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진드기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진드기 자체가

아니라 진드기의 배설물과 사체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노르딕코크란센터의 실험 결과 진드기는 △매주 침구류를 60℃ 이상 온도로

세탁하고 △공기정화 장치를 사용하고 △집먼지진드기 청소기를 사용해도 진드기가

내뿜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줄이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청소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절반~90% 제거해도 집먼지진드기에 민감한

사람은 천식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용태순 교수는 “집먼지진드기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며 “철저한 위생관리로

해충이 서식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어 개체수가 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드기 피해 이렇게 줄인다

△실내 환경을 온도 15℃ 이하, 습도 15% 이하로 유지한다.

△침대 매트리스는 진드기를 차단하는 특수재질 섬유로 감싼다. 침구는 합성섬유

재질을 피하고 가급적 면제품을 사용한다. 수시로 햇볕에 말리고 털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세탁 때는 수온 60℃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없애 주는 세제를 쓴다.

△집안에 카펫, 천, 소파, 봉제인형, 융단 등을 없앤다.

△직물 소파 등을 피하고 나무 가구를 쓴다.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어린이 방은 커튼이나 옷장, 카펫을 없앤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 샤워를 시키거나 머리를 감아 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제거해 준다.

△샤워나 목욕 뒤 창문을 얼어 환기시키고, 요리를 할 때도 환풍기를 사용해 연기를

바깥으로 배출시킨다.

△청소 시 항상 창문을 열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바깥으로 내보낸다.

△고효율 필터를 장착한 진공청소기를 사용한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은 가급적 키우지 않는다.

이수진 기자 sooji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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