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짤렸지만 고달파” 해고생존자 신드롬

심리 압박, 과도한 일로 우울증-질병 취약

유례

없는 고용대란이 다가오면서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뿐 아니라 해고에서 살아난 사람들

역시 불안감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해고 생존자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살아 남은 직원은 해고된 직원이 하던 일까지 떠맡아 ‘2~3인분’의 업무를

맡아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언제 다시 감원 물결이 닥칠지 몰라 상사나

회사의 무리한 요구를 대책 없이 받아들이면서 심리적 부담도 커진다.

이런 상황은 해고 생존자로 하여금 걱정, 우울, 화 등을 느끼게 하고, 면역력

또한 약해져 쉽게 소화불량, 감기 등에 걸리게 만든다.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감원이 진행된 회사에서 살아남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닮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당한 뒤 그 사건의 공포감을

계속 느끼는 정신적 장애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은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동료에게 아무 도움도 못 준 병사가 죄책감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듯, 직장 동료가 해고될 때 아무 도움도 못 주었던 회사원은 비슷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기 쉽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해고 생존자들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은 늘어난 업무 부담감,

책임감과 함께, 언제 자신도 해고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해고 당한 동료에

대한 미안함까지 더해져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며 “이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심리적으로 무감각해지는 ‘프리징(freez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직심리학자들은 해고 생존자가 겪는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해고 생존자

신드롬(layoff survivor syndrome)’이라 명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대 미쉘 마크 박사는 “해고를 피해간

직장인은 자신을 생존자가 아닌 희생자로 느낄 수 있다”며 “해고 생존자는 여전히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직장에 대한 안도감은 예전과 같지 않으며,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신감도 잃는 경우가 많다”고 미국 방송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 해롤드 커프만 교수도 “회사 구조조정에서 직장인의 기분은

악화되기 쉽다”며 “자신과 비슷한 위치와 능력의 동료가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됐다면

더욱 심리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 ‘해고 생존자 증후군’ 이겨내려면

미국 조직심리학자들은 해고 생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생존법을 조언한다.

△다른 동료가 해고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한다.

△ 화, 우울, 죄책감 등을 느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 업무량에 대해 분명한 자세를 취한다. 상사가 과도한 요구를 하면 “나는 이미

3명 몫을 해내고 있다”고 말해 지나친 업무 부담에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한다.

△ 자신만의 기술과 신임을 쌓는다. 언제 다시 직업을 찾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지난 번 감원에서 살아남은 것을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한다.

△자신의 기분을 친구나, 전문 치료사 등에게 털어놓고 말한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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