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확률 0%’ 아기 출산 놓고 찬반 논쟁

“발암유전자 제거” 주장에 “상술 불과” 비판

‘암에 걸릴 확률 0%’라는 아기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잇달아 태어났지만, ‘암

확률 0’라는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난 역시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에,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2000년 이후 6명의 아기가 ‘발암

유전자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이 16일 보도했다.

지난 달 영국에서 태어난 여아의 경우 증조할머니, 할머니, 고모가 3대에 걸쳐

유방암에 걸린 가족에서 태어났다 (그림 참조). 신생아 역시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BRCA 1을 갖고 태어날 것을 우려한 부모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위험

유전자를 없애는 방법을 선택했다.

시험관 아기는 보통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임신을 할 수 없는 부모가 택하지만

이들 영국인 부부는 자녀의 유전자 형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이를 택했다.

“유전자 있다고 꼭 암 걸리는 것 아니다”

런던칼리지대학 의료진은 사전 이식 유전 진단법(PGD,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이란 방법을 동원했다. 시험관 수정을 통해 배아 15개를 만든 뒤 수정

3일째 되는 날, 이들 배아에 형성된 8개의 세포 중 하나를 꺼내 유전자 검사를 했다.

그리고 문제의 BRCA 1 유전자가 없는 ‘순결한’ 배아 2개를 골라내 엄마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이 가족에게서 BRCA 1 유전자를 몰아낸 순간이었다. 런던칼리지대학

병원의 폴 서할 박사는 “이 아기는 커서 유전자로 인한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문제의 BRCA 1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유방암 확률이 80%, 난소암 확률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주장된다. 부모가 딸에게 이 유전자를 물려줄 확률도 50%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른 의학자들은 “BRCA 1 유전자가 발현되려면 외부의

발암물질에 노출돼야 하며,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으면 BRCA 1 유전자는 발현되지

않는다”며 “BRCA 1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도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100% 유방암에 걸린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암 발병 원인은 유전적 영향도 있지만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 등 환경 요인도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가 제거됐다고 ‘평생 암에 안 걸린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는

반론이다.

“PGD 진단법은 가능하지만, 유전자 선별은 법 제약 때문에 못해”

영국과 프랑스 의료진이 사용한 PGD 진단법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모체-태아의학 전공)는 “PGD 진단법은 혈우병, 근육 퇴행증,

프래자일 X증후군, 다운 증후군처럼 유전자와 염색체 이상으로 선천적 비정상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시행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PGD 진단법이 이뤄지고 있다해도 이번 암 유전자 선별 시술에 이용될수

있을만큼 기술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시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고 또한 생명윤리법 때문에

국내에서는 비슷한 시술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명신 교수는 “특정 암 발병 유전자

선별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유전자 제거로 인해 유전적 암 발생 위험을 차단

한다 하더라도 이후 해당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알수 없다”고 말했다.

PGD 진단법을 이용한 배아 선별은 시험관 수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률도 낮다는 것도 문제다. 프랑스에서 22건이 시도됐지만 아기가 태어난

것은 6건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영국에서는 2006년부터 PGD 진단법이 허용됐다. 프랑스에서는 바이오윤리법에

따라 배아에 대한 세포조작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발암 유전자 없는

아기 만들기’가 시술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런던칼리지대학은 당국의 허가를 얻어 앞으로

유방암 이외에 다른 암에 대해서도 ‘발암 유전자를 제거한 아기 만들기’에 나설

예정이어서, 향후 이 시술의 정당성에 대한 찬반 논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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